자유한국당 3선의 김세연 의원이 지도부 퇴진 등 과감한 인적 쇄신을 요구했지만 당 지도부는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황교안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지면 물러나겠다고 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금은 신속처리안건 법안 저지가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 중진 의원은 “김 의원의 ‘한국당은 좀비, 민폐’ 발언은 자기가 먹던 우물에 침을 뱉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김 의원의 쇄신 요구가 당 차원의 정풍 운동으로 발전하기보다는 잠복해 있던 당내 계파 갈등을 증폭시키는 형국이다.
한국당은 2016년 20대 총선부터 이듬해 대통령선거, 지난해 지방선거까지 연전연패했다. 문재인 정부의 거듭된 실정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혐오정당 1위라는 불명예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변화와 혁신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공천권만 따내 국회의원직을 계속하려는 풍토가 팽배하고, 보수의 품격은커녕 막말과 특권에 집착하는 행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당 전체의 이미지는 아직도 탄핵의 덫에 갇힌 낡은 정당, 생계형 ‘웰빙 정당’의 수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다선 중진의원들과 박근혜 정권 때 들어온 계파 성향이 강한 정치인들이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큰 원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는 오히려 총선기획단을 측근 중심의 현역 의원들로 채울 정도로 시류를 읽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비주류와 여성·청년 대표를 대거 총선기획단에 합류시킨 것과 대조적이다. 외연을 넓혀 나가려는 치열한 고민보다는 반문(反文)정서의 반사이익에만 안주하려는 모습이다.
물론 내달 초 본회의에 상정될 선거법 등 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놓고 한국당의 단합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당 쇄신 요구를 외면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공천 물갈이, 험지 출마 등 인적 쇄신에는 늘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황교안 대표 등 지도부는 직을 걸고 돌파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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