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재수 영장청구… 靑 특감 중단시킨 윗선 밝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6일 00시 00분


서울동부지검은 어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 씨는 금융위원회 핵심 보직인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사모펀드 운용사 등에 표창장을 주는 대가로 항공권 및 자녀 유학비용 등을 지급받고 자산관리업체에 동생의 취업을 청탁해 약 2년간에 걸쳐 월급을 받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 씨의 혐의는 한 고위 공무원의 뇌물수수 사건 이상이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유 씨가 2017년 8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에 임명된 후 그의 비위 첩보를 입수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조사에 나선 것이 타당했음을 확인해준 셈이다. 당시 특감반은 유 씨가 3번째 조사를 받은 뒤 갑자기 병가를 내고 무려 75일간 잠적하는 사이에 석연찮게 조사에서 손을 뗐다. 이런 사실은 청와대에서 쫓겨난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폭로가 없었다면 그대로 묻힐 뻔했다.

유 씨는 특감반 조사가 중단된 후 징계도 받지 않고 명예퇴직했다. 퇴직 후에도 지난해 4월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지난해 7월 부산시 경제부시장 등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리로 옮겨 다녔다. 특히 금융위를 관할하는 국회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은 금융위 업무로 특감반 감찰까지 받은 사람을 보낼 자리가 아니다. 윗선에서 봐주지 않으면 있기 어려운 일이다.

검찰은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을 조만간 불러 사표가 수리된 과정을 조사할 방침이다. 그를 조사하면 유 씨가 무슨 사유로 명예퇴직했는지, 청와대로부터 유 씨에 대해 통보받은 내용이 무엇인지, 자체 조사는 한 후에 징계 없이 명예퇴직을 시켰는지 등이 드러날 것이다.

유 씨는 노무현 대통령 당시 대통령 일정을 담당하는 제1부속실에 근무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민정수석 시절 민정수석실에서도 함께 일했다. 유 씨가 청와대 특감반 조사를 받을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은 조국 씨였다. 청와대가 ‘봐주기’ 사퇴를 유도하고 뒷자리까지 마련해준 것이라면 관련자들은 직권남용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조 전 수석은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폭로에 “경미한 품위 유지 위반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 전 수석을 포함해 감찰을 무마한 윗선을 밝혀야 한다. 이제부터가 진짜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다.
#유재수#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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