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음주운전 거짓말·부적격 논란 낙마자를 다시 중용하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0일 00시 00분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장(차관급)에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을 임명했다. 조 신임 위원장은 현 정부의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거짓말과 적격성 시비에 휘말려 낙마했다. 조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지자 모임인 ‘담쟁이 포럼’에서 활동했고, 2017년엔 문재인 캠프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부소장을 지낸 친문 인사다. 현 정부 들어 낙하산·코드 인사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온갖 흠결로 낙마한 장관 후보자를 다시 발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러니 야당이 대통령 측근을 끝까지 챙기겠다는 보은·오기 인사라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조 위원장은 장관 후보자 지명 발표 때 음주운전 사실을 먼저 고백하면서 ‘교수 감금 사건으로 출교 조치를 당한 학생들과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고 해명했지만 해당 학생들이 조 후보자와 술을 마신 적 없다고 반박해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자신이 사외이사로 경영에 관여한 회사가 임금 체불 등 근로기준법을 여러 차례 어겨 고용부 장관 부적격 시비가 불거졌다. 학교의 승인 없이 한국여론방송 사외이사로 등재된 사실도 드러났다. 야당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자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하려 했으나 조 후보자 본인이 자진 사퇴했다.

청와대는 조 위원장 인선에 대해 “정책기획위원장은 정책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장관은 국민 눈높이가 중요하고 자문기구 위원장은 이 정도 흠결은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는 말인가. 조 위원장을 인사청문회가 필요 없는 대통령 자문기구 위원장으로 기용한 것은 인사청문회 검증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논공행상을 제대로 받지 못해 초조해하는 인사 민원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보은·낙하산 인사 요구를 끊어내지 못하면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정부 인사가 공정성을 잃으면 국정 동력이 떨어지게 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새겨야 할 때다.
#문재인#정책기획위원장#조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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