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경심 법정의 고성과 혼란, 땅에 떨어진 사법시스템 권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1일 00시 00분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검찰과 재판부가 언성을 높이며 거칠게 대립했다. 검찰은 “전대미문의 편파 재판”이라며 재판부를 비판했고, 재판장은 검사 이름을 물으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여기에 변호인과 방청객까지 끼어들면서 시장판 싸움 같은 양상이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서 일어난 일이다.

검찰과 변호인이 아닌, 재판부와 검찰이 법정에서 충돌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 발단은 재판장이 이전부터 검찰 기소의 문제점을 집중 지적했고 이에 검찰이 강력 반발하면서 빚어졌다. 특히 10일 재판부가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일시 장소 등을 새로 특정해 공소장을 바꾸려는 검찰의 요청을 기각하면서 검찰이 이의를 제기했으나 공판기록에는 ‘별 의견 없음’이라고 기재했다. 이에 검찰이 항의했지만 재판장은 검찰의 발언 기회를 막았다.

그러나 검찰이 재판부에 대한 노골적인 불신을 드러내며 사실상 재판을 방해한 것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재판장의 “앉아라”는 지시에도 이를 무시하듯 검사들이 한 명씩 일어나 재판부에 대한 항의를 이어갔다. 검찰이 재판 운영의 부당성에 항의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작심한 듯 재판부를 흠집 내고 망신 주는 시위를 벌인 것은 재판부의 권위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법정 모독 행위가 될 수 있다.

흔히 법정이란 단어를 쓸 때 ‘신성한’이라는 형용사를 붙인다.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심판 행위에 무거운 권위를 부여하고 따르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법정에서 재판부가 공정성을 의심받고 검찰이 공개 도발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런 볼썽사나운 장면이 벌어진 법정에서 어떤 결과가 나온들 과연 누가 승복할 수 있을까. 재판은 결과 못지않게 과정과 절차도 공정해야 한다. 그건 재판부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법원의 권위는 법정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존중하고 지켜야 할 우리 사법체계 최후의 보루다.
#서울중앙지법#편파 재판#사법체계#정경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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