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막무가내 北 고삐 죄는 ‘중국의 힘’ 보여줄 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3일 00시 00분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내일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앞서 시 주석을 만나 북한의 도발 협박으로 고조된 한반도 긴장의 해소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어제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개최 사실을 공개하며 ‘새로운 길’로 전환하기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

지금 한중 양국은 북한의 도발을 막고 대화로 복귀시켜 동북아 안정을 이루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북한은 금명간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열어 대미 도발, 즉 ‘크리스마스 선물’을 결정할 태세다. 다만 북한은 호전적 언사를 줄이며 막판 숨을 고르는 분위기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의 접촉 제안을 무시했지만, 일단 미국의 동향을 더 떠보고 중국의 눈치도 살펴보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고강도 도발을 경계하며 다양한 대응 수단을 점검하고 있다. 당장 군사적 옵션 같은 초강경 대응은 하지 않겠지만 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우선적으로 대북제재 강화로 북한을 옥죄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시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 문제를 논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 비핵화 협상이 좌초될 경우 가장 잃을 게 많은 나라는 한국이지만 중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의 든든한 뒷배이면서 때론 냉혹한 이웃 대국으로서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하지만 중국은 고삐 풀린 북한의 행태를 방치하고 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해결’만 강조했다. 당장 유엔 제재에 따른 북한 해외 노동자 송환 시한이 어제 종료됐지만 북-중 접경지역에서 노동자들의 귀환 행렬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니 북한이 기고만장해 벼랑 끝 도발의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중국의 힘은 비공식 외교에서 나온다. 중국은 자신들의 대북 영향력에 대해 으레 손을 젓지만 그간 한반도 위기 국면 때마다 강도 높은 물밑 압력과 제재 동참으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냈다. 중국은 이제 동북아 안정과 평화를 깨려는 북한을 더 이상 두둔해선 안 된다. 북한에 진정 제재와 압박의 무서움을 일깨워 주고 도발은 곧 자멸임을 제대로 경고해야 한다. 그대로 북한 도발을 방치했다간 중국도 공범의 책임을 벗을 수 없다.
#중국#북한#한중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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