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들은 어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1면 머리기사로 올렸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홍콩과 신장 문제를 중국의 내정(內政)으로 여긴다”고 언급했다고 집중 부각했다. 청와대가 전날 “시 주석의 그런 설명에 대해 문 대통령이 잘 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을 뿐”이라며 부인했지만 아랑곳없었다. 일본 언론들조차 “아베 신조 총리는 우려를 표명했다”며 문 대통령과 대비해 보도했다.
중국의 외교적 무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참여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두고 자신들의 일방적 발언에 분명한 반론이 없으면 한국 측 발언으로 뒤바꿔 발표한 게 올해만 두 차례였다. 적당히 넘기자는 정부의 태도도 문제였다. 이번에도 중국 측에 제대로 항의했는지조차 의문이다. 그간 정부가 홍콩 사태에 시종 침묵했던 것과 맞물려 중국 발표가 맞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나온다.
그러니 중국 외교의 고압적 자세는 여전하다. 시 주석은 “서로 핵심 이익과 중대한 우려를 배려해야 한다”고 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철수시키고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배치도 해선 안 된다는 으름장이다. 중국 체제에선 리커창 총리도 행정부 수장으로서 국가정상이라지만, 한중일 정상회의를 지방에서 열면서 한일 정상이 시 주석을 만나러 베이징에 들르도록 하는 것도 주변국을 과거 조공국 취급하는 황제 행세나 다름없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외교의 수준은 그 나라의 격(格)을 보여준다. 경제·군사적 힘만 커졌지 품위도 예의도 갖추지 못한 중국의 저급한 외교는 역풍만 낳을 뿐이다. 그런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 시대를 이끌 리더 국가가 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매사에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자는 식이다. 힘이 지배하는 국제정치에서 불가피한 현실주의 외교일 수도 있지만, 마냥 이래선 동맹과 우방은 물론 국가적 자존심까지 잃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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