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잿밥에만 눈독 들인 靑·법원·정부 공직자들의 총선행 줄사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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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국회의원 총선거를 90일 앞둔 오늘은 지역구에 출마하려는 공직자들의 사퇴 시한이다. 이에 맞춰 친문 핵심인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 고민정 대변인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지방자치단체의 고위직 공무원들과 일부 법관들도 줄이어 사퇴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여당 공천을 선호하고 있다. 여권이 총선 승리를 위해 총동원령을 내린 분위기다.

이 가운데 지역구 출마에 나선 청와대 출신은 70여 명에 달한다.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어제 “원래 정치 하던 사람들은 청와대 출신으로 세면 안 된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그런 기준 자체가 자의적인 데다 정치인 출신 청와대 인사들의 청와대 경력 프리미엄이 당내에서 논란이 되자 물타기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같은 기준을 적용해도 이전 정권에 비해 3배 정도 많다는 우려가 여당 내에서 나올 정도다.

울산시장선거 하명수사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인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그제 직권면직 처리됐다. 검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 상태에선 의원면직이 어려우니 울산시가 직권면직으로 총선 출마의 길을 열어 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송 전 부시장이 최종적으로 출마할지는 아직 미정이다. 만약 피의자 신분으로 총선에 출마한다면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정치적 꼼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여당 영입설이 나도는 판사들도 사퇴했다. 진보성향 판사 모임 회장을 지냈거나 양승태 전임 대법원장 체제를 비판한 인사들이다. 판사는 어느 직종보다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이 중요하다. 판사들의 정치적 선택을 무조건 탓할 순 없지만 이들의 법관 시절 행적이 양승태 체제에 날을 세운 여권의 지향점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는 점은 정치적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진보 성향 판사들이 청와대로 직행하면서 불거진 사법부의 정치화가 더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총선에 나설 공직자들의 사퇴를 일률적으로 문제 삼을 순 없다. 다만 총선 승리를 위해 총동원령을 내리다시피 공직자들을 끌어들이는 여당이나, 공직을 선거용 경력을 쌓기 위한 중간 다리쯤으로 여기는 듯한 공무원들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민들이 냉정히 옥석(玉石)을 가려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 총선거#총선#울산시장선거 하명수사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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