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할 정도 선제조치” 다짐했던 文, 그렇게 하고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5일 00시 00분


싱하이밍 신임 주한 중국대사가 어제 긴급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과 관련해 “한국이 취한 조치에 대해서는 많이 평가하지 않겠다”며 “세계보건기구(WHO)에 근거했다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WHO가 중국에 대한 여행·무역 제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밝힌 것을 상기시키며 후베이성 체류·경유 외국인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해 우회적인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후베이성으로 한정된 정부의 입국 제한 조치를 두고 그 실효성 논란이 거세다. 이미 중국 당국이 후베이성을 봉쇄한 상태여서 하나 마나 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줄곧 “감염병 방역의 첫 번째 중요한 원칙이 유입 차단”이라며 전면적인 입국 제한 조치를 주장해 왔다. 이 때문에 여당에서도 후베이성 외에 감염자가 많은 중국 5개 성으로 입국 제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세계 각국은 우한 폐렴 확산에 대응해 다양한 수준에서 중국인 입국 금지와 중국행 노선 중단 등 제한 조치를 하고 있다. 주요 각국에 비해 낮은 강도의 입국 제한 조치를 뒤늦게 취한 우리 정부로서도 제한 조치 강화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진자는 어제 2만 명을 넘어서며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는 데다 후베이성에 그치지 않고 중국 전역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감안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입국 제한 조치 확대에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감염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되 장기화에 대비해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이번 사태 이후의 한중관계와 우리 경제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방역 조치는 강화하면서도 중국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총체적 외교력이 절실한 때다.

아직은 신종 감염증의 대규모 확산이냐 아니냐는 시간과의 싸움을 하는 시기다. 문 대통령은 진작 “국민 안전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 정부 차원의 선제 조치들을 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강력하고 발 빠르게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무엇보다 최우선인 전방위 방역 조치에 자칫 실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과감한 행동에 따른 부작용은 나중에 수습할 수 있지만 마냥 망설이다 정작 필요한 조치마저 방기하는 것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코로나바이러스#후베이성#입국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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