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립성 논란과 총선 후 시비 불씨 키운 선관위의 비례대표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8일 00시 00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그제 전체회의에서 당 지도부가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를 전략공천 할 수 없다고 결론을 냈다. 범여권 ‘4+1’ 협의체가 신속처리안건으로 일방 처리한 공직선거법의 비례대표 추천 규정을 법적 근거로 들었다. 해당 조항은 정당이 비례대표의 민주적 심사·투표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후보 등록 자체를 무효 처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전략공천은 당 지도부의 전략적 판단으로 경선 등 절차 없이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다.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는 전략공천을 무제한 허용하고 있는데 선관위가 유독 비례대표 전략공천만 금지키로 한 것이다. 이러니 자유한국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는 것이다.

현행 정당법 37조는 ‘정당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활동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 8조는 정당 설립의 자유만 규정하고 있지만 정당 조직과 정당 활동의 자유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개정 선거법의 비례대표 공천 조항은 원론적 언급만 있는 지역구 공천 절차와 비교하면 지나치게 까다롭다. 더구나 ‘민주적 심사·투표 절차’라고만 명시했을 뿐 구체적 기준은 전혀 없어 혼선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선관위는 아예 비례대표 전략공천을 불허하겠다고 결론을 내버려 최대한 자유가 보장돼야 할 정당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선관위는 비례대표 심사·투표 절차에 대한 명확하고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각 정당의 동의를 구할 필요도 있다. 세부적인 기준이 모호하면 선관위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커지고 후보 결정 과정은 물론 선거 후 온갖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이 생명인 선관위가 편파 논란에 휘말리고 불복 시비가 제기되면 그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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