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추 장관, 공소장 제출 않는 위법 상태 더 이상 고집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8일 00시 00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울산시장 선거공작 사건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는 위법 상태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추 장관은 그제 “미국은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리면 그때 공소장이 공개된다”고 주장했으나, 국내 언론들은 미국은 법원이 특별한 제동을 걸지 않는 한 기소가 이뤄지는 날 공소장을 공개하는 것으로 미국 법무부 홈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해 보도했다.

추 장관은 70쪽에 달하는 공소장 대신 3쪽에 불과한 공소요지를 국회에 제출해 놓고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만들어 놓은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의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탓을 하고 있다. 이 훈령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기소 후 피의사실 공개에까지 지나친 제한을 가하고 있지만 이 훈령조차도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을 경우는 공개를 허용하고 있다.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은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사안이다.

일각에서는 형사소송법 제47조 “소송에 관한 서류는 (매회) 공판 개정 전에는 공익상 필요 기타 상당한 이유가 없으면 공개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들어 추 장관의 결정을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재판부가 주도해 작성하는 검증조서 신문조서 공판조서 등에 대해서만 실질적 의미가 있다. 고소장 고발장 공소장 등은 재판부가 넘겨받는 서류이기 때문에 재판부 스스로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이상의 의미가 없고 고소인 고발인 검찰이 국민의 알 권리 등 공익적 필요에 의해 공개하는 경우 막을 근거도 못 된다.

범여권 정당도 추 장관을 비판했다. 정의당은 “무리한 감추기 시도”, 대안신당은 “국회법의 자료 요청 권한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도 “권력 감시와 인권 보호를 위해 국회가 공소장을 제출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요한 것은 추 장관이 공소장의 국회 제출을 거부함으로써 국회법과 국회증언감정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법무장관이 위법 상태를 초래하고 앞으로 다른 기소 때도 위법 상태를 초래할 것을 예고하고 있으니 이것이 준법(遵法)질서 확립을 책임진 장관의 자세인가. 더 두고 보기 어려운 위법 상태, 스스로 즉각 바로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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