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구 의료체계 마비 위기, 병상·의료인력 전폭 지원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6일 00시 00분


코로나19(우한 폐렴) 환자 폭증이라는 ‘의료 재난’을 맞은 대구시가 병상과 의료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어제까지 코로나19 확진환자 977명 가운데 791명이 대구와 경북에서 발생했다. 자가 격리된 의료 인력도 2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격리 상태인 경북대병원의 무증상 인턴들이 “제발 일하게 해달라”며 격리 해제를 요구할 정도로 현지의 의료진 부족은 심각한 상태다.

대구경북은 정부가 집단 감염의 전국 확산을 막기 위해 특별 방역을 선포한 곳이다. 감기 증상을 보이는 대구시민과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 3만7000명을 2주 안에 검사하기로 하고 진단키트를 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검체를 채취할 수 있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신속 정확한 검사가 이뤄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병상도 태부족이다. 대구시 환자 수만 해도 543명인데 격리 치료에 활용되는 병상은 460여 개뿐이다. 확진환자들 중에는 병상이 없어 자가 격리 중인 이들도 있어 추가 감염이 우려된다. 320개 병상을 추가로 확보한다지만 환자 증가세를 감안하면 대대적인 병상 확보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치료할 의사가 없는 사태도 코앞에 닥쳤다. 정부가 의료진 101명을 급파했지만 자가 격리에 들어간 의료진 200명의 공백을 메우기엔 어림없는 숫자다. 나머지 의료진이 과로를 이겨가면서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방호복과 마스크 같은 기본적인 방역물품마저 바닥을 보이고 있어 의료진 감염의 위험이 크다. 환자에 노출된 의료진의 자가 격리 사례가 늘어나면 의료인력 부족이 심화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대로 가다가는 일반 의료 시스템마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대구를 방문해 특단의 지원방안을 약속했다. 의료시설·인력 확충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의료 인프라 공급이 환자 급증세를 따라잡기 어렵다면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의 격리 기간과 환자가 발생한 병원의 폐쇄 기간을 합리적으로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코로나19#의료체계 마비#의료 인프라 확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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