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 또는 제한 조치를 취하는 국가가 62개국으로 늘었다. 외교부가 어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30개국이 한국인 입국 금지를, 32개국이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호텔 격리 같은 조치를 하는 지역이 9곳이다. 자국민에게 한국행 여행경보를 올리거나 항공기 운항을 제한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인적·물적 교류가 생명인 개방국가 한국이 국제적 고립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인은 이제 전 세계 국가 4분의 1가량에서 입국을 제한당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까지 가세하고 다른 국가들도 뒤따를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지 않는 한 세계적인 한국인 기피 기류를 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는 각국 정부를 설득해 각종 제한 조치를 자제 또는 완화시키고 있다지만 계속 더 많은 나라가 추가적 조치를 내놓고 있다. 어제도 외교부 청사에는 입국 조치를 협의하려는 주한 외국대사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우리 국민이 봉변을 당하는 일도 여전하다. 중국 곳곳에선 한국발 탑승객 입국 제한으로 수백 명이 격리되는 수모를 당했고, 베트남에선 주민등록번호로 출생지가 대구·경북인 한국인을 가려내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느리기만 하다. 정부는 지난달 말 중국 후베이성 ‘철수 권고’ 이후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어제야 코로나19 확산지인 이탈리아 북부 3개 주에 대해 2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아울러 공식적 여행경보와는 별도로 각국의 제한 조치에 주의를 당부하는 ‘여행주의보’를 내리기로 했다. 또 홈페이지를 통해 각국의 조치를 실시간 업데이트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지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이런 뒷북 대응에 국민들은 속이 터질 지경이다.
국가의 실력은 위기 때 드러나게 마련이다. 이번 사태는 외교부의 부실과 무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줬다. 이제라도 각국을 상대로 한 밀착 설득과 공항 현장에서의 상시 영사조력을 통해 국민을 보호하는 외교력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우수한 코로나19 진단 능력에 따른 신속한 확진과 투명한 데이터 공개 등 우리의 보건 역량을 관련국에 충분히 설명해 국제적 고립을 막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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