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중 신천지예수교(신천지) 교인이 다수를 차지함에 따라 신천지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대구시는 신천지대구교회가 신도 수를 축소하고, 상당수 신도가 누락된 명단을 제출했다며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대구 서구보건소 직원은 확진 후 신도임을 알려 동료 50여 명이 자가 격리에 처해졌다. 한시가 급한 방문 검체 채취에 비협조적인 것은 물론이고 신도가 아니라고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감염병 확산을 특정 종교 탓으로 돌리거나, 방역 활동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초래한 일차적 원인은 신천지 측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방역 활동에 혼선을 가져오는 등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이다. 신도들의 검사와 명단 제출을 독려해야 할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은 신천지대구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지 열흘이 넘도록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자신은 그제 진단 검사를 받았지만 교단 내 그의 영향력과 위치를 감안할 때 더욱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정부도 상황 대처에 신중해야 한다. 법무부가 역학조사 방해 시 신천지 교회 관련 시설의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지시했다고 지난달 28일 일부러 공개한 것은 자료 은폐 우려와 함께 자칫 관련자의 잠적을 초래할 수 있는 부적절한 행동이다. 최근 일부 지자체장과 정치인이 공개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이 총회장 체포 등 강력 수사를 요구하고, 일각에선 윤 총장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데 이 역시 사태의 본질에서 벗어난 일이다.
감염병 방역에는 종교의 구별이 없다. 신천지는 정확한 명단 제출은 물론 전 교인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검사받는 등 방역에 적극 협조하는 것만이 더 불행한 상황을 예방하는 길이다. 또한 일부 정치인이 감염병 사태 와중에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거나, 사태 악화의 책임론을 한쪽으로 몰고 가기 위해 정치적 주장을 편다면 이 역시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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