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1월 20일 처음 발생한 이래 44일 동안 대한민국은 감염병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어제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83%(4286명)가 집중된 대구경북 지역의 상황은 안타깝기만 하다. 폭증하는 환자 수를 병상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격무에 시달리던 의료진이 탈진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재난 속에서도 대구경북 시민들의 침착한 대응과 전국에서 쇄도하는 응원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
대구경북 시민들은 하루 수백 명씩 환자가 늘어나는데도 감염병 공포에 지지 않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하고 있다. 마스크 대란 속에서도 차분하게 줄을 서고, 입원이 지연돼도 다툼이 벌어진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대다수 시민이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있고, 이로 인해 식당들이 타격을 입자 재고 소진을 돕는 등 고통 분담에 나섰다. 상가 주인들은 임대료 인하에 앞장서고 있다. 대구 시내 병·의원들은 감염 위험과 늘어나는 적자에도 “동네 최후의 의사가 필요하다”며 문을 닫지 않고 버티고 있으며, 민간 병원인 대구동산병원은 병원을 비우고 코로나19 전담 병원을 자청했다.
우리 사회는 온 마음을 모아 대구경북을 응원하고 있다. 차별과 배제 대신 위로와 온정을 아끼지 않는 자랑스러운 시민의식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접수된 코로나19 피해자를 돕기 위한 특별 성금은 열흘도 되지 않아 270억 원을 넘어섰다. 서울 성북구 기초생활급여수급자가 보험을 깨서 119만 원을 기부하자 이 기사를 본 대구 시민들이 같은 금액을 보내주거나 끼니를 거를까 걱정돼 밑반찬을 보내 화답했다.
대구 의료진을 돕기 위해 각지에서 의료진이 기꺼이 달려가 환자를 돌보고 있다. 어제 고려대안암병원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각각 경북대구생활치료센터와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에 의료진을 파견했다. 대구의료원과 대구동산병원에는 시민들이 보낸 마스크, 음료수, 도시락이 쌓여 있다.
비록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물리적 거리는 두고 있으나 국민들은 온정의 손길을 나누며 심리적 거리를 줄이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 2007년 태안 유조선 기름 유출 사건, 2015년 메르스 헌혈 캠페인 등 우리는 국가적 위기마다 똘똘 뭉쳐 이를 헤쳐 온 저력이 있다. 서로가 서로를 돕는 손길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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