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합당 영남권 공천 대거 물갈이, 미래비전 제시로 이어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7일 00시 00분


미래통합당의 핵심 기반인 영남권 현역 의원에 대한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가 단행됐다. 어제 TK(대구경북)에선 친박계 핵심 김재원 정책위의장과 비박계 3선 강석호 의원 등 현역 의원 6명이 공천 탈락했다. 유승민 의원 등 불출마 의원 5명까지 합치면 TK 현역 의원 20명 중 11명이 교체된 것이다. 부산경남에선 홍준표 전 당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5선의 이주영 의원 등 거물급 중진이 공천 탈락한 데 이어 3선의 유재중 의원도 낙천했다. 이런 추세라면 영남권 현역 의원들의 교체 비율은 5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영남권은 미래통합당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지역이다. 무조건 교체가 능사는 아니지만 텃밭 현역 의원들에 대한 과감한 공천 물갈이는 범보수세력 통합과 쇄신을 보여주기 위한 필수적 과제다. 지난해 10월 한 달간 전국 당협위원장을 상대로 실시한 당무감사에선 TK 지역에서 현역 의원 교체 요구가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고 한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는 영남권 공천 물갈이를 통해 인적 쇄신과 세대교체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된다.

지리멸렬한 보수야권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는 통합과 혁신이다. 말로는 이를 외친다고 해도 낡은 패러다임에 젖은 인물이 남아 있다면 그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주로 영남권에서 ‘진박 마케팅’을 통한 무리한 공천으로 역풍을 불렀고 총선에서 패배했다. 낙천자의 반발로 공천 후유증이 예상되지만 미래통합당은 혁신공천의 시대적 소명을 국민들에게 설명하면서 헤쳐 나가야 한다.

혁신공천은 보수야권 정상화를 위한 인적 쇄신의 시작일 뿐이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본격적인 정당 쇄신에 나서야 한다. 진정한 보수우파 가치에 기반한 정책 대안을 발굴하고 제시해야 한다. 상대 진영을 비판하더라도 보수의 품격을 저버린 막말이 아니라 공감할 만한 논리로 대응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지속적으로 쌓여야 미래 수권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미래통합당#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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