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그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한국과 중국에 대해 사실상 입국 금지 조치를 취했다. 비자 효력을 중지시키고 한국인 입국자의 대중교통 이용을 중지시킨 건 오지 말라는 뜻이다. 사전협의나 예고조차 없이 취해진 일본의 한국인 입국 제한은 외교적 결례를 넘은 무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일본의 입국 제한은 4월로 예정했던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일 연기가 발표된 직후 한국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해 이뤄졌다. 시 주석 방일 연기로 중국에 대해 더 이상 문을 열어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입국 제한을 하면서 한국을 끼워 넣은 것이다. 더구나 중국에는 입국 제한 조치를 사전 설명한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에는 아무런 귀띔도 없었다. 하루에만 41명이 숨질 정도로 사망자가 급증하는 이탈리아와 100명 넘게 숨진 이란에 대해선 아무 조치도 없었다.
코로나19 대응에선 한국이 일본보다 나으면 낫지 부족한 게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일 기준으로 검사 대비 양성 확진자 비율이 한국이 5.6%인 데 비해 일본은 10.5%로 2배가량 높다. 코로나19 진단에 소극적인 일본이 한국을 겨냥한 것은 자국 내 부실 대응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처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 정부는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일본에 신속하게 맞대응하기로 했다.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대응은 당연한 것이지만 모양새가 안 좋은 것도 사실이다. 100여 개 나라가 한국에 입국 제한 조치를 하는 동안 방관하다시피 했고, 중국의 지방정부들이 잇따라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고 한국인 거주자들을 격리하는 모욕과 불이익을 주는데도 애써 외면했던 정부가 유독 일본에만 맞대응하는 결과가 됐다.
입국 제한을 둘러싼 정부 간 대립이 감정적 차원으로 흘러 양국 국민 간 감정 악화로 확산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우리 정부도 냉철한 대응 기조를 지켜야 한다. 이미 우리의 10대 수출국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9개국이 입국 제한을 한 상황이다. 무기력하게 세계로부터 차단당해 온 한국 외교가 이제라도 정신 차리지 않으면 국제사회와의 인적 물적 교류 자체가 중단되는 퍼펙트 스톰이 닥칠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