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이 올해 창설 70주년을 맞았다. 6·25전쟁을 비롯해 근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겪은 국립극장은 한국 공연예술의 거울 역할을 하며 관객과 울고 웃었다. 지금까지 약 3500편의 공연을 선보이며 공연예술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국립극장은 1950년 4월 29일 부민관(현 서울특별시의회 건물)에서 개관했다. 아시아 최초의 국립극장이었다. 신생 정부가 나라의 기틀을 잡기 위해 할 일이 산더미 같던 시기에 국립극장 설립은 기적에 가까웠다. 대한민국 정부가 선 직후부터 극장 창립에 대한 연극예술인들의 갈망은 1949년 1월 대통령령 제47호 ‘국립극장 설치령’으로 이어져 그 1년 뒤 결실을 맺었다.
개관 다음 날인 4월 30일에는 초대 극장장 유치진이 쓰고 허석이 연출한 ‘원술랑’이 무대에 올랐다. 당시 서울 인구 약 160만 명 중 6만여 명이 ‘원술랑’을 관람했을 정도였다. 두 번째 공연 ‘뇌우’ 역시 15일간 7만5000여 명이 볼 정도로 성황이었다. 배우 고 김동원은 “이 연극을 보지 않고는 문화인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할 만큼 지식인층의 호응이 대단했다”고 했다.
개관 58일째인 6월 25일 북한의 남침이 발발하자 국립극장은 대구 문화극장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이후 4년 만에 다시 서울 명동 시공관 건물에 터를 잡았고 1973년 남산 장충동에서 새 막을 열었다. 국립교향악단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에 이어 2010년 국립극단이 독립해 나가면서 현재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등 3개 전속 단체가 남아 있다.
국립극장은 정부 정책에 따라 부침을 많이 겪었다. 무용론이 제기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최근 작품성 대중성을 고루 갖춘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국내 대표 제작극장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70주년 기념식을 비롯해 대부분 시즌 공연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다음 달 14일 국립창극단의 ‘춘향’을 시작으로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해오름극장이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재개관한다. 김철호 국립극장장은 28일 “제작극장으로서 내실을 다지고 국제적인 문화허브 역할을 강화해 다음 30년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극장은 이날 창설 70주년을 맞아 개관부터 현 장충동 시대에 이르기까지 국립극장이 걸어온 역사와 문화예술사적 의의를 엮은 책 ‘국립극장 70년사’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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