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1월은 두 얼굴의 야누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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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2020년의 새해는 이미 밝았지만 금년 1월은 섣달과 정월이 함께 들어있어 한 해를 마무리하고 또다시 새해를 맞을 수 있는 달이기도 하다. 굳이 음력을 핑계대지 않더라도 1월은 새로운 해를 바라보는 동시에 지난해를 되돌아보는 이중적 시선을 가진 달이므로 지금이라도 과거를 복기(復棋)하며 희망찬 새해를 설계하더라도 늦지 않다. 1월을 뜻하는 ‘재뉴어리(January)’는 ‘야누스의 달’을 뜻하는 야누아리우스(Januarius)에서 유래했는데, 야누스는 앞과 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두 얼굴을 가진 고대 로마의 신이다. 1월은 신년으로 드는 달이자 작년에서 나는 달이듯이 원래 야누스는 드나드는 문(門)의 수호신이다.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보는 야누스의 시선을 가졌다 하더라도 시간은 앞으로만 가고 뒤로 역진하지 않는 것이기에 과거의 잘못을 되돌릴 수는 없다. 비록 현대 물리학에서는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시간이 달라지기도 하고(특수상대성이론) 중력이 큰 곳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도 하지만(일반상대성이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블랙홀과 같은 엄청난 중력에 의해 우주가 휘어져 생긴 ‘웜홀’이라는 시공간의 문을 통해 시간여행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과거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상태로만 가능할 것이라고 그의 유고집에서 주장했다. 절대시간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현대 물리학에서도 과거는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본 것이다.

작년 말 ‘네이처’는 지구의 운명이 되돌릴 수 없는 티핑포인트(균형이 깨지는 지점)에 다다랐다는 과학자들의 경고를 실었다. 티핑포인트란 더 이상 이전의 상태로 회복될 수 없는 악화 상태를 뜻하는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전보다 1.5도 이상 오를 경우를 티핑포인트로 보고 있다. 지난해 옥스퍼드사전은 2019년의 단어로 ‘기후파업’과 ‘기후비상’을 선정하였다. 기후변화의 피해를 가장 크게 당할 청소년들의 기후파업을 주도했던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마치 기후변화를 미리 경험하고 그 피해를 알려주기 위해 미래에서 달려온 예언자 같은 절실함으로 지금 세대를 질타했다. 네이처에 기후변화 티핑포인트 집필을 주도한 팀 렌턴 영국 엑서터대 교수는 “기후파업을 주도한 청소년들이 옳았다. 이제 기후 시스템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라며 지구가 ‘비상사태’에 놓여 있음을 강조했다.

해리포터의 마법 세계에서는 시간을 넘나든다. 해리포터의 친구 헤르미온느는 그녀의 모래시계를 조정해서 과거와 미래의 원하는 시점으로 오간다. 헤르미온느가 미래에서 2020년을 뒤돌아봤다면 지금으로 되돌아와서 무슨 말을 전할까? 툰베리가 혹시 헤르미온느가 아닌가 싶다. 과거와 미래를 바라보는 두 얼굴의 야누스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미래 쪽을 향한 얼굴이 어두운 표정에서 밝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1월#야누스#티핑포인트#지구 평균기온#기후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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