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기후변화가 불러올 변종 바이러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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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최근 2주일 동안 중국 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사례가 13배로 늘었고 피해국도 3배로 늘었다. 현재 114개국에서 11만8000여 건이 접수됐으며 4291명이 목숨을 잃었다.” 3월 11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팬데믹을 선언하면서 한 말이다. 종전에는 약 100만 명이 사망한 1968년 홍콩독감, 1만3000명이 사망한 2009년 신종플루가 팬데믹으로 선언됐다.

WHO가 생기기 전에는 팬데믹 선언이라는 것이 없었지만 세계적 유행병은 많았다. 그중 가장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흑사병은 쥐 같은 설치류에 기생하는 벼룩을 통해 전염된다. 흑사병은 인류의 문명과 기후변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 전염병이다. 기원전 5세기 흑사병은 아테네 문명이 몰락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기원후 2세기 로마 인구의 3분의 1이 흑사병으로 죽었다. 540년경 콘스탄티노플의 동로마제국은 흑사병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1332∼1333년 발생한 흑사병으로 1400년까지 당시 중국 인구의 절반인 6500만 명이 죽었다. 흑사병은 유럽으로 번지면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인 2384만 명이 사망했다. 1894년 홍콩에서 발생한 흑사병으로 전 세계에서 1300만 명이 죽었다. 그러고도 흑사병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다가스카르에서 2012년과 2017년 흑사병이 발생해 84명이 죽었고 2019년 중국에서도 흑사병 환자가 발생했다.

흑사병은 미래 기후변화에 발생하기 좋은 전염병이다. 순천향대에서 연구한 ‘기후변화에 의한 전염병 발생 영향 통합관리체계 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흑사병은 설치류 개체수 및 강우 형태와 상관성이 높다. 미래 기후변화 시 위험한 전염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수량이 증가해 습기가 많아지면 흑사병이 창궐할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저명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중국과 노르웨이 과학자들의 논문에 따르면 미래 기온 상승과 강수량 증가로 페스트 전염병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유럽연합(EU)의 연구 지원을 받는 닐스 스텐세트 박사도 습하고 따뜻한 날씨에서 평상시보다 더 많은 박테리아가 생길 수 있고 기후변화로 흑사병이 더 강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스텐세트 박사의 연구에서 흥미로운 것은 흑사병을 옮기는 것이 쥐뿐 아니라 조류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설치류에 서식하는 벼룩이 흑사병의 범인이었다. 그는 “흑사병은 쥐뿐 아니라 새의 털 안에 있는 벼룩에 의해서도 퍼져 나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가금류를 죽이는 조류인플루엔자와는 달리 흑사병을 퍼뜨리는 벼룩은 자신을 이동시키는 조류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의 주장처럼 조류가 흑사병도 전파한다면 조류인플루엔자에 못지않은 변이된 조류흑사병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는 말이다. 미래의 기후변화는 코로나19뿐 아니라 더 무서운 변종 바이러스와 전염병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를 저지하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기후변화#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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