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리스크’ 관리 못하면 ‘박근혜 대 황교안’ 총선 된다[여의도 25시/최우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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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박근혜 대통령(왼쪽)이 청와대에서 마지막 국무위원 간담회를 주재하기 위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회의실에 입장하고 있다. 동아일보DB
2016년 12월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박근혜 대통령(왼쪽)이 청와대에서 마지막 국무위원 간담회를 주재하기 위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회의실에 입장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최우열 정치부 기자
최우열 정치부 기자
2010년 1월 12일 박근혜 의원실 앞. 그가 오랜만에 국회에 온다는 소식을 들은 기자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전날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반응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전까지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2009년 늦여름부터 시작된 MB와의 ‘세종시 갈등’에서 박 전 대통령은 오랫동안 ‘원안 고수’ 외엔 뚜렷한 생각을 밝히지 않았다.

그런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세종시) 원안이 빠지고 플러스알파만 하게 돼 결과적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신뢰만 잃게 됐다”고 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MB)은 퇴짜를 맞았고 친이계(친이명박계) 의원들은 “제왕적 총재보다 더하다”며 격분했다.

이렇게 박근혜식 정치는 늘 타이밍의 정치였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적정 타협선은 어디까지인지, 궁금증이 턱밑까지 차올랐을 때 본격적으로 몰아친다. 한나라당이 세종시 문제로 둘로 쪼개진다는 말이 나왔던 2010년 2월 MB가 만나자고 해도 거절하며 ‘신뢰의 정치인’ 이미지를 구축해갔다.

그런 박근혜식 정치가 2019년에 다시 시작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서 우리공화당을 축으로 한 이른바 ‘TK(대구경북) 신당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지면서다. 보수 일각에선 자유한국당이 맞이하게 될 내년 총선 구도는 ‘황교안 대표 대 문재인 대통령’ 구도가 아니라 ‘황교안 대 박근혜’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여전히 옥중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의 뜻은 정기적으로 접견하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 외에는 정확하게 알 길이 없지만, 요새 들어 다양한 버전으로 피어오르고 있다. 요즘 우리공화당 말을 들어보면 박 전 대통령은 이미 신당의 실소유주 격이다. 출소 후 둥지를 틀 플랫폼으로 이 당을 선택했고 당직 인선과 인재 영입 작업까지 진행 중이라는 말도 들린다.

한때 연착륙하는 듯하던 황교안 대표 체제가 각종 막말 논란 등으로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박근혜 신당’ 관련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른바 ‘비황’ 세력 사이에선 올해 말이면 황 대표 체제를 대체할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물론 최근 한국당을 탈당해 우리공화당에 입당한 홍문종 의원이 유 변호사를 통해 들은 박 전 대통령의 답변은 “소신껏 하세요”였다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어찌됐든 총선을 앞두고 보수 세력이 점차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한국당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수 통합과 총선 승리를 원하지 않을 리가 있느냐. 신당에 손들어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동시에 박 전 대통령이 보수 통합보다는 내년 총선에서 탄핵 결정에 대한 ‘정치적 역습’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박 전 대통령의 뜻이 무엇이든 지금까지 보여준 박 전 대통령의 스타일상 그의 진짜 뜻을 아는 데는 꽤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그때까지 ‘박근혜의 뜻’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정치권의 핫이슈가 될 것이고, 황 대표가 떠안을 리스크는 갈수록 커질 공산이 크다.

황 대표로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여권의 박근혜 석방·사면 공세와 한국당 내의 흔들기 등 정치적 리스크가 극대화됐을 때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총선 메시지를 쏟아내는 것이다. MB도 세종시 논란에서 박 전 대통령의 한 방에 레임덕의 길로 접어들었다. 특히나 황 대표는 최근 사무총장 인선이나 5·18 폄훼 발언 징계 등 여러 번의 시험대에서 위험 요인을 정면 돌파하는 ‘리스크 테이킹’보다는 안정을 추구해왔다. 이런 정치 스타일이라면 반격조차 어려울 수 있다.

한국당 지도부에선 “박근혜가 나선다고 해도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표를 주겠느냐”는 시각이 주류다. 하지만 선거는 변수와 변수들 간의 다툼이며, 바람과 바람 간의 경쟁인 것이다. 황 대표가 지금이라도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박 전 대통령발(發) 리스크 관리를 위해 발 벗고 뛰지 않는다면, 총선 결과의 불확실성은 더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우열 정치부 기자 dnsp@donga.com
#박근혜#황교안#우리공화당#tk 신당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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