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노동조합이 곧 출범한다. 서울대의 교육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교수들의 교권 확보와 임금·근로조건 개선에 힘쓸 것이라고 한다. 전임교원(교수, 부교수, 조교수) 2200여 명 전원이 회원인 서울대 교수협의회가 주축이다. 교수협의회가 8월, 10월 노조 설립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더니 서울대 전임교원의 4분의 1이 찬성했다(응답률 38.9%, 찬성률 63.9%).
대학교수들의 노조 설립이 허용된 건 최근이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가 초중고교 교사에게만 노조 설립 자격을 부여한 교원노동조합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부터다. 대학교수만 노조 설립을 허용하지 않을 합당한 이유가 없어 단결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대학 구조조정 압박이 거세고 단기계약직 교수(비정년 트랙), 강의전담 교수가 늘어 근로조건이 악화될 가능성도 고려됐다. 지방대나 전문대 또는 비전임교수들의 사정을 염두에 둔 결정이다.
서울대 교수도 노조를 조직할 권리가 있다. 당연하다. 그런데 서울대 교수란 어떤 자리인가. 정년 65세까지 신분을 보장하고, 대략 1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다. 배부르고 등 따스우니 노조를 하지 말란 뜻이 아니다. 그들의 권익은 국민의 교육권과 직결되므로 법으로 보장하는 것이고, 공동체를 수호하는 지성의 보루라는 사회적 기대가 있어 용인되는 것이다. 서울대 교수는 노조 할 권리도 있지만 그 자리에 부합하는 책임도 부여받고 있다.
지난달 교육부는 교수 부모 논문의 중고교생 자녀 공저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대 수의대 A 교수 논문에 이름을 올린 고교생 아들은 해외 대학에서 국내 대학으로 편입할 때 이 스펙으로 합격했다. 서울대 의대 B 교수는 3편의 논문에 고교생 아들을 공저자로 올렸고 역시 이를 대입에 활용했다. 앞서 세 차례 중고교생 자녀 논문 공저자 실태조사에서도 서울대의 적발 건수가 많았다고 한다. 지식인의 양심은 그 사회의 도덕성의 척도인데 서울대에서 들리는 뉴스는 늘 이런 식이다.
아직까지는 시간강사를 배제한 교수노조라는 점에서도 노조 설립의 명분이 약해진다. 서울대 교수의 처우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례로 미루어 볼 수 있다. 그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그만두고 복직한 뒤 40일 만에 휴직, 다시 36일 만에 복직을 반복하며 강의 한 번 하지 않고 월급을 챙겼다. 학생들의 수업권을 무시한 휴·복직을 해도 교수는 자리가 보장된다. 반면 강사법이 시행된 올해 1학기 시간강사의 20%(7834명)가 강제로 강단을 떠났다. 교수와 시간강사의 임금 격차는 따로 말할 것도 없다. 지금 같은 교수사회 이중구조에선 교수의 임금이 오를수록, 고용이 안정될수록 강사들의 처우는 열악해질 것이 자명하다.
대학교수는 초중고교 교사와 달리 정당 가입이 가능하다. 공직 진출도 흔하다. 더욱이 서울대 교수라면 정무직 공직자 임명, 위원회 참여나 정책연구 등을 통해 정부 정책에 깊숙이 개입한다. 굳이 노조가 아니더라도 대등한 교섭력이 있다는 뜻이다. 서울대 교수들은 이번에 ‘노조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셈이 됐다. 지식인이 공적인 책임은 다하지 않으면서 사적인 권익만 주장하는 사회의 미래는 참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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