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靑특감반이 정리한 ‘유재수 텔레그램 대화 엑셀파일’ 확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4일 03시 00분


전직 靑특감반장-반원 조사 때 휴대전화-PC 삭제된 자료 복구
총 100시트 분량 엑셀파일 속에 유재수 천경득 윤건영 김경수 간
금융위 인사 개입 정황 등 담긴듯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2017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55·수감 중)의 텔레그램 비밀 메시지를 재정리한 엑셀 파일을 수사 단서로 검찰이 유 전 부시장의 금융권 인사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올 9, 10월경 유 전 부시장 감찰에 관여했던 이인걸 전 특별감찰반장과 특감반원들을 각각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PC와 휴대전화를 제출받았다. 검찰이 포렌식(디지털 저장매체 복원 및 분석)으로 이들 기기에서 삭제된 자료를 복구한 결과 특감반 관계자들이 2017년 10월 유 전 부시장을 감찰할 당시 확보한 자료가 나왔다.

특감반은 당시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하면서 금융 관련 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유 전 부시장을 감찰했다. 특감반은 유 전 부시장으로부터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포렌식했다. 유 전 부시장의 휴대전화에서는 금융위 직무와 관련이 있어 보이는 문자메시지와 텔레그램 비밀 메시지 등이 나왔다. 특감반은 장기간 메시지 내용을 분석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시간 순서별로 엑셀 파일에 정리했다고 한다.

100시트 분량의 엑셀 파일엔 특히 유 전 부시장이 천경득 대통령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46),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50), 김경수 경남도지사(52) 등과 함께 있던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메시지도 순서대로 정렬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화방에는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 고위층 자리에 누구를 앉힐지를 두고 3명의 후보를 제시하면 천 행정관 등이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특감반 관계자들은 메시지 가운데 금품 수수와 관련된 부분만 감찰 대상으로 조사했다. 하지만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추가 감찰하지 않았다. 특감반이 감찰 대상으로 삼고 있던 유 전 부시장의 수뢰 의혹과는 관련이 없는 자료라는 이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유 전 부시장의 자택과 집무실, 관사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유 전 부시장이 청와대 감찰을 받을 당시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확보하진 못했다. 하지만 검찰은 전직 특감반장과 특감반원이 제출한 휴대전화 등에서 엑셀 파일을 발견하고 이를 단서로 유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해온 것이다.

1일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된 이른바 ‘백원우팀’ 검찰 수사관 A 씨(48)가 청와대 근무를 끝낸 뒤 올 초 서울서부지검에서 근무하다 8월 정기 인사에서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로 발령이 난 것을 두고 검찰 안팎에선 뒷말도 나오고 있다. A 씨는 발령이 난 뒤 지인들에게 “청와대 관계자들이 연락을 많이 한다”면서 부담스러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동부지검은 3일 “고인은 형사6부 소속이었지만 유 전 부시장 수사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도예 yea@donga.com·김정훈 기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청와대 특별감찰반#텔레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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