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3년 10월 13일 시정연설에서 ‘강남불패’를 깨겠다고 공언했다. “종합적 대책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것으로도 부족할 때는 강력한 ‘토지공개념 제도’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 후 김진표 당시 경제부총리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주택담보대출 억제를 골자로 하는 10·29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그는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본다”면서 “더 강력한 것은 사회주의적인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후 수십 번의 종합대책이 나왔지만 강남불패는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사회주의적이라던 분양원가 공개가 약과로 보일 만큼 규제의 강도는 점점 더 세졌다. 급기야 직접 가격통제 방식인 분양가상한제를 사실상 서울 전역으로 확대 실시하는 상황까지 왔다.
부동산에 대한 온갖 규제와 중과세의 논리적 근거를 토지공개념에서 찾는다. 그 비조(鼻祖)가 1879년 ‘진보와 빈곤’을 발간한 미국의 헨리 조지다. 토지사유제가 모든 불평등과 불의의 근원이니, 개인의 토지 사유를 금지하고 기왕의 사유지에 대해서는 그곳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익은 한 푼도 남김없이 정부가 세금으로 거둬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헨리 조지는 주택과 토지를 구별했다. “세금은 과세 대상의 품목을 제거할 목적 또는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개가 많아지면 개를 줄이기 위해 개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주택을 없애기를 바라지 않으면서 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인가”라고 말한다.
흔히들 주택은 자동차와 달리 공급이 제한된 특수한 상품이라고 한다. 알고 보면 공급 제한은 자연적 요인보다 인위적 요인이 훨씬 크다. 서울만 봐도 강남의 아파트 공급은 집주인은 하고 싶어 안달인데 정부가 틀어막고 있다.
강남 이외 지역도 마찬가지다. 최근 서울시의회 자료로 2012년 이후 서울시가 뉴타운 등 정비사업구역을 해제하는 바람에 착공하지 못한 아파트가 경기 분당신도시의 2.6배에 해당하는 25만 가구에 달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주택 공급도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헨리 조지 같은 사람도 주택과 토지는 같은 부동산으로 분류되지만 둘은 본질적으로 달라 자연의 산물인 토지와 달리 주택은 노동의 산물로 펜과 다를 게 없다고 했다.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필요한 곳에 원하는 주택을 늘리는 것이다. 당장 집값이 오를 것 같아서 못 하겠다고 하는데 이것이 정책과 정치의 차이점이다. 지하철 공사를 하면 차선이 줄어서 상당 기간 불편하지만 완공되고 지하철이 다니게 되면 교통은 더 편리해진다. 강남 아파트 재건축도 마찬가지다. 일시적으로 오를 수는 있지만 다른 조건이 같다고 할 때 공급을 늘렸는데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시간차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에서 시간이 필요한 정책은 실종되고 코앞의 표만 계산하는 정치만 난무한다. 고가 주택을 가진 게 죄인 1%를 두드려서 99%로부터 박수를 받는다면 정치인에게 이보다 좋을 수 없다.
폭탄 수준으로 종부세도 올렸고, 재산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큼 대출도 조였고, 가격상한제까지 도입 확대했다. 그래도 집값이 더 오른다면 이제 남은 카드가 무엇일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특정 지역의 주택은 정부 허락을 받아야 사고팔 수 있는 주택거래허가제도 거론되는 대책 중 하나다. 설마 중국 북한 같은 사회주의 국가도 아닌데 가능할까 싶지만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시장이 주택공유제를 공공연히 주장하는 상황이니 그 어떤 황당무계한 발상도 현실로 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듯싶다. 도대체 그 자체로 이념이고 계급이고 정치라는 부동산 대책의 끝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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