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통해 재건축 급매물 소식이 전해지고, 이어 집값 통계에서도 부동산 규제 영향이 확인되자 집주인들이 조급해진 것 같습니다. 급매 가격에서 수천만원 더 낮출 수도 있으니 매수자만 찾아달라는데, 대출이 막히고 자금 증명이 강화돼 매수자 찾기가 쉽지 않네요.”(서울 강남구 대치동 A 공인)
고강도 대출·세금 규제인 12·16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2주일이 지나면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주택 보유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값을 낮춰서라도 서둘러 팔려고 하지만, 매수 관망세가 짙어져 팔리지 않자 ‘초(超)급매’ 매물까지 등장했다.
29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12·16 부동산대책 후 처음 급매물이 등장했던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에서 추가적인 호가 하락과 함께 주변으로 급매물이 확산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송파구 대표 재건축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에선 전용면적 76㎡ 주택형이 최근 19억8000만~19억9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왔다. 대책 이전 22억원 이상 호가하던 해당 주택형은 지난주 20억원에 급매물이 나온 뒤, 이를 저지선으로 여기며 버텼으나 그마저도 매수 문의가 없자 결국 값을 낮췄다.
특히 대책 전 23억원까지 호가하던 로열층 매물도 ‘초급매’ 광고를 붙여 19억원 후반에 매물로 나와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매수자를 찾기 위해 연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좀처럼 쉽지가 않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잠실동 B 공인중개소 대표는 “급매물에 이어 재건축 하락 소식이 여기저기 들리면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며 “대책 전엔 매수자가 알아서 찾아와 홍보할 필요가 없었는데 요즘엔 광고를 올리고 연락을 돌려도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남구에선 대책 전 24억원 이상을 호가하다 지난주 22억원에 급매물이 나왔던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가 이후에도 거래가 안 되자 최근 21억원 후반대 급매물이 등장했다. 대책 전 21억원 후반을 호가하던 전용 76㎡도 지난주 20억원까지 급매물이 나온 뒤 현재 19억원 후반까지 값을 더 낮췄다.
두 단지에서 시작한 급매물은 주변 단지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은마 맞은 편에 위치한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1차에선 전용 128㎡가 최근 30억5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왔다. 해당 주택형은 대책 전 32억5000만~33억원을 호가했다. 대책 전 25억5000만원을 호가하던 한보미도맨션2차 전용 84㎡도 24억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거리가 떨어진 압구정동 미성2차 아파트에서도 최소 수천만원 이상 값을 낮춘 급매물이 발견된다.
송파구에서도 잠실5단지 인근인 신천동 장미아파트 등에서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 단지 전용 82㎡는 18억5000만원까지 호가했는데 현재 1억원 가량 떨어진 17억원 중반에 급매물이 나왔다.
12·16 대책의 영향은 집값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1%로 전주(0.2%)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민간 조사기관인 부동산114 통계에서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15%로 전주(0.23%)보다 0.08%포인트(p) 둔화했다. 다만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호가를 고수하면서 상승세는 유지됐다.
전문가들은 대책의 효력이 제대로 나타나기까지 시일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새해부터 집값이 차츰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감정원 관계자는 “지난해 9·13 대책 때에도 발표 후 6주가량 지나 규제 영향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아직 12·16 대책이 발표된 지 2주밖에 안 됐기 때문에 다음 달 구정이 지나면 집값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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