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비례제, 한국 정치에 안 맞아…구상 자체가 잘못"
"위성정당 창당 당연한 결과…한국당이 하면 민주당도"
"정치 세대교체에 70년대 이후 출생자 주로 참여했으면"
"황교안, 리더십 확인 안돼…민주당, 어떤 여당보다 경직"
"文, 檢개혁·탈원전 등 한번 생각한 데서 못 떠나는 성격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준(準)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치 제도인데 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것이 한국 정치에 맞는 것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제 2차 세계대전 후 히틀러의 악몽에 사로잡혀 있던 독일이 나치당 같이 막강한 당이 등장해 나라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어느 한쪽이 그 절대 다수의 의석을 갖지 못하게 만든 것이 연동형비례대표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독일은 내각제를 하는 나라이고 우리는 대통령제를 하는 나라”라며 “대통령제를 하는 나라는 집권당이 선거를 앞두고 소위 과반 의석을 확보할 자신을 가져야 되는데 그런 자신감이 지금 없는 것 같다”며 “그래서 군소정당과 합세해서 연동형비례대표제로 다수 표를 확보하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연동형비례대표제가 통과되니까 의석 확보를 위해서 비례한국당이니 비례민주당이니 얘기가 나오잖냐”며 “그렇다면 이것은 기본적으로 구상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비례 의석을 노린 한국당의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러한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며 “한국당이 하면 민주당도 안 할 수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연동형비례대표제의 최대 수혜가 전망됐던 정의당에 대해서도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의당은 이념 정당으로서 그동안 색채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구분해서 보기에 민주당이나 정의당이나 별로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라며 “그런데 최근에 와서 또 하나의 이념 정당인 민중당이 생겨났다. 이념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그쪽에 오히려 더 많은 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대신 김 전 위원장은 제3의 정치세력이 태동할 여건이 마련됐다고 내다봤다.
그는 “1992년 문민정부 이후 거의 30년이 지나면서 소위 진보가 15년, 보수가 15년 집권한 셈인데 보수와 진보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한 게 없다”며 “이제는 우리도 국민들의 요구에 맞는 새로운 정치 세력이 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여당인 민주당은 국민에게 집권에 대한 평가를 받는 상황이고 야당인 한국당은 집권당이 그동안에 별로 업적을 내놓지 못했는데도 그것을 고스란히 받아먹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닌 것 같다”며 “유권자가 집권 세력은 별로 업적이 없으니까 표를 주기는 싫은데 마땅히 한국당에 표를 주려고 생각하는 사람도 그렇게 많지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내가 적극적으로 (새로운 정치 세력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그런 뜻을 갖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꽤 있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입장 밖에 돼 있지 않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당선 당시 프랑스 상황과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이 비슷하다고 평가하면서 젊은 인물로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도 진단했다.
1969년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의 하야 이후 사회당과 보수당이 번갈아 집권했지만 모두 기득권으로 변질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39세의 정치신인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우리 정치도 비슷한 여건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87년 체제가 지금까지 유지돼 오는 과정 속에서 정당들이 기존 기득권에 안주해 정체 상태에 놓여있다”며 “미래에 대한 새로움을 보여주는 게 없기 때문에 지금 젊은 세대들이 한국의 미래에 답답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세대교체가 돼야 한국의 미래가 있다고 본다”며 “7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주로 참여를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정치 세력의 태동을 강조한 김 전 위원장은 기존 거대 양당에 대해서는 매서운 비판을 내놓았다.
우선 한국당에 대해서는 “현재 친박-비박, 탄핵 세력-비(非)탄핵 세력 등의 갈등 구조가 굉장히 심각하다”며 “그런 갈등이 굉장히 고조되고 있다보니까 국민들의 정서가 어떻게 변화하고 어떻게 적응해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노력이 전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고 풀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리더십이라는 것이 확인이 되는데 그것이 여태까지 보여지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당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을 받은 데 대해서는 “나는 모르겠다. 나는 전혀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과거에 어떤 여당보다도 더 경직돼 있다”며 “당 내부에서 다른 의견이 전혀 수용이 되지 않다 보니까 그냥 위에서 내려온 지시에 따라가는 정당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조국 사태를 예로 들면 진짜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여러 문제점이 많이 노출돼 있었는데 그런 사람이 어떻게 임명될 수 있었는지 의아하다”며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가장 많이 보는 기관인데 그 사람들이 확신이 없으면 수사를 했겠냐. 그런데도 맹목적으로 집권여당이 검찰을 상대로 공격을 가하는 것을 보고 과연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여당인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서도 “검찰이 본연의 임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관심을 안 가지면 검찰 스스로가 변할 수 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검찰을 이원화하는 식의 법을 만든다고 하니 그것이 과연 개혁인지 굉장히 회의적”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공수처가 통과된다고 해도 이 정권이 영원히 가는 정권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결국 다음 정권이 들어와서 이런 제도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없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어떤 사안에 대해서 집착을 하면 거기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성격”이라며 “대표적인 게 검찰개혁이나 탈(脫)원전 등인데 자기가 한 번 생각했던 데서 떠나지를 못하는 성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서도 “2년 반이 지났는데도 성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성장률을 보면 과거 IMF나 10·26 사태를 제외하고 제일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면 이제는 어떻게 방향을 선회해야 될지 생각할 시기가 됐는데 과연 어떻게 바꿔서 갈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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