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요구한 ‘물류 최저임금’, 화물차 안전운임제도 올해 시행
환적화물 비용 평균 75% 급등
글로벌 선사들 “한국 탈출도 검토”… 영세 운송사들 줄도산 부를 수도
화물차업계에 일종의 물류 최저임금제도인 ‘안전운임제도’가 올해 처음 시행되면서 화물 운임이 최대 88% 뛰었다. 특히 환적화물 운임이 급등하면서 머스크 등 글로벌 선사들은 “한국을 떠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환적화물 2위를 자랑하는 부산에서만 올해 중 약 5400개의 해운업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화물업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중순 안전운임위원회를 열고 올해 1월부터 모든 컨테이너는 km당 평균 2277원, 시멘트는 km당 평균 957원으로 최저운임을 결정했다. 위원회는 이에 따라 운임이 평균 12.5% 뛴다고 밝혔지만 업계의 말은 다르다. 일반 컨테이너 운송운임은 기존보다 12.5∼30%, 목적지까지 운송하던 도중에 목적지가 아닌 항구에서 다른 선박에 옮겨 싣는 화물인 환적화물은 기존보다 평균 75% 넘게 인상됐다는 것이다.
안전운임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몇 년째 요구했던 제도다. 기존의 시장 운송운임이 낮아 과속 등 안전 문제가 생기니 운임을 올려 달라는 것이다. 2018년 4월 개정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2020년부터 3년간 시행한 뒤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일몰제로 반영됐다. 운송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실제 시장가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노동계가 요구한 수준의 운임으로 과도하게 가격을 정한 것”이라며 “최저임금제가 우리 경제·사회계에 큰 충격을 줬듯이 안전운임제는 화물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운임을 결정하는 안전운임위는 4명의 공익대표위원과 화주, 운수사업자, 화물차주 대표위원 3명씩 총 13명으로 구성된다. 운수사업자와 화주대표 일부는 운수사업자의 입장은 배제된 채 화물연대 목소리만 관철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회의에 불참했다.
안전운임의 급격한 상승으로 국내 항만 사업은 직격탄을 맞게 생겼다. 본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업계의 불만이 커지자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은 이달 중순 관계기관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해수부는 안전운임제 때문에 외국 선사들의 환적 물량이 올해 부산항에서만 약 61만 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해운업계는 1TEU당 약 0.009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보고 있다. 61만 TEU가 감소한다는 것은 해운업계의 일자리 약 5400개가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글로벌 선사들은 한국에서 처리하는 환적화물을 인근 중국 및 홍콩 등의 항만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1위 해운선사인 머스크 관계자는 “운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 중소 운송업체 임원은 “운송비 부담이 기존보다 30% 늘어 인력 감축을 고려하고 있다”며 “가파른 운송비 상승을 버티지 못하는 영세 운송사들이 줄도산하면 결국 트럭 운전기사들의 일자리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