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공천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다. 당시 민주당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진영의 분열이라는 위기에 봉착하자 ‘김종인 카드’를 승부수로 띄웠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쇄신 공천을 앞세우며 총선을 진두지휘했다. 친노의 좌장 이해찬 의원과 정청래 의원도 공천에서 배제됐다. 당사 앞에 모인 지지자들은 “정청래 의원을 살려내라”고 외쳤다.
“(당락을 결정한) 정무적 판단은 정무적 판단으로 끝나는 것.” 김 대표의 답변은 간결했다. 그는 “정무적 판단이면 정무적 판단인 거지, 다른 이유가 뭐가 있느냐. 물어보지 마라”며 기자들의 질문을 끊었다. ‘자의적 판단’ ‘관심법(觀心法)’ 등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그는 거침없는 행보와 간결한 답변으로 이를 정면 돌파했다. ‘차르’라는 그의 별명이 더욱 공고해졌다.
당시 민주당 공천은 당 구성원조차 놀라게 만든 김 대표의 리더십, 총선 패배는 곧 2017년 대선 필패라는 친문 핵심들의 절박함이 결합해 빚어낸 결과라고 본다. 결국 20대 총선은 변신을 꾀한 민주당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반면 ‘진박 공천’과 ‘옥새 들고 나르샤’ 등 당내 공천 파동을 극복하지 못한 새누리당은 2당으로 전락했다.
“지금 당 선거를 누가 이끌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최근 당 상황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이 같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임미리 교수 칼럼 고발 사태, ‘조국 내전’을 촉발시킨 김남국 변호사의 서울 강서갑 출마 등으로 위기감이 당 안팎에서 커지고 있지만 이를 해결해야 할 이해찬 대표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4년 전과 너무나 다른 민주당의 모습은 또 있다. 당내 후보들의 반발이다. 오제세 의원 등 중진은 물론이고, 김 변호사 등 원외 후보들도 “이게 이 대표가 말하는 시스템 공천이냐”라며 공공연하게 이 대표의 리더십에 반발하고 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4년 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주도하는 통합당의 ‘조용한 물갈이 공천’은 정치권의 총선 전망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공천 배제 대상 의원들을 은밀히 접촉해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하게 하는 방식으로 잡음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이고 있다. 통합당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후보자들 공천 면접 일정을 2차례나 미뤄가면서 현역 의원들을 향한 불출마 압박을 이어가는 뚝심도 보여줬다. 그러다 보니 ‘스텔스 공천’이라는 비유까지 나온다. 이 역시 김 위원장의 리더십과 이번 총선 패배는 이어지는 2022년 3월 대선 필패라는 보수 진영의 절박감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4년 전과 정반대 모습인 두 정당. 결전의 시간이 50일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결과가 총선 결과로 이어진다고 확신하는 정치 전문가는 별로 없다. 2016년 4·13총선을 앞두고 2월 말 실시한 대다수 여론조사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제1야당인 민주당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결과는 달랐다. 투표일까지 구성원들이 절박함을 유지하고 이를 엮어낼 수 있는 리더십을 잃지 않는 당이 마지막 승자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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