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에 대한 최대한의 봉쇄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가 물의를 빚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대변인이 어제 물러났다. 중국 우한처럼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막는 지역 봉쇄로 해석되면서 파장이 커지자 뒤늦게 사퇴한 것이다.
코로나19로 한 달이 넘게 국가적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데 국정을 책임진 정부·여당 인사들의 언행은 가볍기 그지없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달 말 사실 확인 없이 확진자 직업을 밝혔다가 착각이라고 얼버무렸고, 정세균 국무총리는 확진자 발생이 잠시 주춤했던 이달 중순 “사람 많은 곳이나 공기가 탁한 곳이 아니면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며 섣부른 낙관론을 폈다. 정부가 코로나19의 국내 유입을 아주 실효적으로 차단했다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확진자 수 증가는 우리 국가체계가 잘 작동한 때문이라는 박광온 최고위원 등 볼썽사나운 자화자찬도 끊이지 않고 있다.
말실수를 넘어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행태도 여전하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감염 여부 검사를 받은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향해 “국회의사당이 폐쇄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부른 안이하고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난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중국인 입국을 막았어야 했다”는 권영진 대구시장에 대해 “열심히 막을 생각이 없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 이 사람 마음속에는 정치적인 관심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행정부에서도 무책임한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어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었다”고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중국의 한국인 격리 조치를 두고 “각국의 조치에 대해 우리가 간섭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사태 원인을 자국민 탓으로 돌리고, 해외 방문 한국인들이 겪는 곤욕에 대해 남 일처럼 얘기하는 주무 장관들에게 국민이 신뢰를 가질 수 있겠는가.
위기는 신뢰를 바탕으로 극복된다. 정부 여당 주요 인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지는 못할망정 혼란과 갈등, 실망만 부추겨서야 되겠는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