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공격 가능성에 “시장 안정적”… 국내 풀린 日은행 자금 18조 넘어
전문가 “외환위기 때 자금회수 사태”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에 나선 가운데 국내에 풀린 일본계 은행의 자금이 18조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일본이 만기 연장 등을 거부해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경제 보복이 금융권으로 번지면 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야마구치 등 4개 일본계 은행의 국내 은행과 기업에 대한 여신은 18조2995억 원이다. 일본계 은행은 일본으로부터 저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국내 은행과 기업, 한국의 일본계 기업이 활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한국 금융시장 공격에 나서면 국내에 풀린 일본계 자금이 빠른 속도로 회수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일본계 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일본계 은행의 국내 여신은 지난해 3월 말 19조7221억 원이었지만 1년 만에 18조2995억 원으로 7.5% 줄었다.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줄자 일본계 자금이 안전 투자처로 눈길을 돌리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여신을 줄인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당장 큰 위험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위원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지금 우리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은 안정적”이라며 “설령 일본이 돈을 안 빌려준다고 해도 우리 금융기관들이 얼마든지 다른 데서 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에 대한 엔화 대출이 중단돼도 다른 보완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도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일본계 은행의 자금 회수 사태를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다고 본다. 동남아발(發) 외환위기 당시 일본계 은행은 국내 은행에 대한 신용한도를 축소하고 단기 차입금을 일시 회수해 한국의 위기를 키운 측면이 있다. 일본계 은행이 1997년 말에서 1998년 초까지 국내에서 빼낸 자금만 2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많은 국내 기업과 기관투자가들은 일본계 은행에서 저리 단기 자금을 빌려 태국 인도네시아 등의 투기등급 채권에 장기로 투자하다가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