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차량 갓길에 정차시키고 순찰차에서 내려 안전조치중
화물차가 들이받아 ‘2차 사고’… 현장 출동 경찰관 등 3명도 다쳐
가해 운전자 달아났다가 붙잡혀
야간에 고속도로에서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차량을 확인하던 20대 고속도로 운영회사 순찰대원 2명이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낸 화물차 운전자는 현장에서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달아났다가 붙잡혔다.
25일 경기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0시 50분쯤 시흥시 평택시흥고속도로 시흥 방향 군자 갈림목 부근에서 정모 씨(50)가 몰던 25t 화물차가 갓길에 세워져 있던 고속도로 순찰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순찰차 주변에 있던 양모 씨(24)와 허모 씨(21)가 숨졌다.
양 씨와 허 씨는 음주운전으로 의심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갓길에서 SUV 운전자를 막 확인하려던 참이었다. 고속도로에서 정상 운행이 어려운 차량에 대한 조치를 하기 위해 차량 밖으로 나왔다가 피해를 본 ‘2차 사고’였다. 평택시흥고속도로 운영회사 소속인 두 순찰대원은 화물차에 들이받힌 충격으로 밀려난 순찰차에 치여 숨졌다. 순찰차량 주변에 있던 경찰관 2명과 SUV 탑승자 1명도 부상을 당했다.
사고를 내고 달아났던 정 씨는 사고 현장에서 1km가량 떨어진 고속도로 갓길에 화물차를 버리고 시흥의 한 여관에 숨어 있다가 이날 오후 2시경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정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정 씨는 “경황이 없어 도망쳤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SUV 탑승자 2명 중 1명에게서 운전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27%가 측정됐다. 경찰은 SUV 탑승자 2명 중 누가 운전을 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2차 사고 사망자는 35명이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227명의 15%를 차지했다. 시속 100km 이상으로 주행하는 고속도로에서는 사고 상황을 발견해도 짧은 시간 안에 멈추기가 힘들어 큰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경찰 관계자는 “고속도로에서는 사고가 나면 비상등을 켜고 즉시 도로 밖으로 나가야 한다”며 “이렇게만 해도 2차 사고를 75%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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