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횡단보도 건너던 대학생 참변… 가해차량 3km 가까이 달아났다가
시민들 잇따른 제보로 붙잡혀
만취한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20세 대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뒤 3km 가까이 달아났다가 시민의 잇따른 제보로 붙잡혔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2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백모 씨(28·회사원)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백 씨는 이날 오전 3시 25분경 광주 북구의 한 대학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대학생 박모 씨(20)를 자신의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치어 숨지게 한 뒤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고 당시 보행자 횡단보도 신호는 적색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29일 백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백 씨는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59%의 만취 상태에서 귀가하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그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박 씨를 들이받은 뒤 그대로 달아났다. 반대편 차로에서 운행하던 20대 중반 운전자 A 씨는 ‘쿵’ 하는 소리를 듣고 사고를 직감해 즉시 3차로 도로를 유턴했다. 현장에 피해자가 쓰러져 있는 것을 확인한 A 씨는 즉시 112에 신고를 하고 구조에 나섰다.
만취한 백 씨는 이후 사고 현장에서 2.7km 떨어진 인근 유원지까지 차량을 몰고 도주했다. 유원지 인근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20대 중반 대학생 B 씨는 유리창이 깨진 SUV가 급하게 운행하는 것을 발견했다. 뺑소니 사고 차량이라고 판단해 112에 두 번째로 신고했다.
잇따른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주변을 수색해 사고 발생 10분 만에 유원지에 차량을 주차해놓고 있던 백 씨를 검거했다. 백 씨의 만취 운전에 희생된 박 씨는 독자인 데다 평소 성실했던 것으로 알려져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백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음주 상태에서 인명 사고를 내서 겁이 난 데다 어쩔 줄 몰라 그냥 달아났다”며 “숨진 박 씨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신속한 신고로 용의자를 조기에 검거하게 한 두 청년에게 표창장과 포상금을 수여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시행된 ‘윤창호법’으로 음주운전 처벌 기준이 강화되면서 음주운전 사망 사고 가해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의 처벌을 받는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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