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잔액 3858원 찾은뒤… 탈북 母子 굶주려 숨진듯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3일 03시 00분


40대 여성-6세 아들 생활고 극심… 사망 두달뒤 이웃 신고로 발견

40대 탈북 여성이 통장에 마지막 남은 3858원을 인출한 지 두 달 반 만에 여섯 살 난 아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 모자가 굶어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탈북자 한모 씨(42·여)와 아들 김모 군(6)이 지난달 31일 관악구 봉천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12일 밝혔다. 한 씨는 주방에서, 김 군은 2m가량 떨어진 방에서 각각 발견됐다. 경찰이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아파트에 들어갔을 때 이들은 이미 숨진 지 두 달가량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였다.

경찰은 집 안을 감식한 결과 스스로 목숨을 끊었거나 범죄 피해를 당한 흔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냉장고 안에는 음식이 전혀 없었고 거실 바닥엔 빈 간장 통이 있었다. 유일하게 남은 음식은 고춧가루뿐이었다. 밥을 해먹은 흔적도 없었다.

한 씨는 2009년 탈북해 중국과 태국을 거쳐 한국에 왔다. 한 씨는 같은 해 12월 탈북민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수료한 뒤 9개월 만에 기초생활 생계급여 수급자에서 벗어났고 이후 운전면허증을 따고 제빵 및 요리학원에 다니는 등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애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2012년 중국동포와 결혼해 경남 통영시에서 생활하다가 김 군을 낳았다.

하지만 한 씨는 통영지역의 조선업 경기가 어려워지며 중국으로 이사를 갔고, 남편과 이혼해 김 군과 함께 귀국한 뒤로는 벌이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군 앞으로 나오던 아동수당마저 올 3월 끊기자 정기 수입은 양육수당 월 10만 원이 전부였다. 가스요금과 월세는 1년 넘게 밀렸다. 통장에 남아 있던 3858원을 5월 13일 인출한 기록이 남아있다. 한 씨 모자는 이로부터 약 보름 뒤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탈북자#아사#생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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