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슈퍼라운드 2차전, 반전 또 반전 숨막히는 명승부
0-2 끌려가다 8회말 2득점… 10회 2-4서 5-4 극적 뒤집기
7일 미국 깨면 결승행 유력
집념과 집중력의 승리였다. 벼랑 끝에 몰렸던 한국 청소년 야구대표팀이 승부치기 끝에 ‘숙적’ 일본을 누르고 결승행 희망을 이어갔다. 두 차례의 홈 주루사를 딛고 일궈낸 값진 쾌거였다.
이성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6일 부산 기장군 현대차 드림볼파크에서 열린 제2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슈퍼라운드 2차전에서 연장 10회말 박민(야탑고)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5-4로 이겼다.
전날 대만에 2-7의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던 한국은 이날 승리로 A조 조별리그 예선 성적을 포함해 2승 2패가 됐다. 한국은 7일 같은 장소에서 미국을 꺾으면 결승행을 바라볼 수 있다. 슈퍼라운드에서는 동률 팀끼리 승자승 원칙을 적용한다. 한국이 일본, 미국과 나란히 3승 2패가 되면 두 팀을 모두 이긴 한국이 결승에 진출한다.
역대 야구 한일전을 통틀어 기억에 남을 명승부였다. 팽팽한 투수전 속에 한국은 7회초 2점을 먼저 빼앗겼다. 선발 등판한 에이스 소형준(유신고)은 6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다 7회 안타 4개를 허용하며 2점을 내줬다. 그렇지만 한국에는 ‘약속의 8회’가 기다리고 있었다. 테이블 세터 이주형(경남고)과 김지찬(라온고)의 연속 안타 등으로 만든 2사 2, 3루에서 남지민(부산정보고)은 평범한 3루수 앞 땅볼을 쳤다. 하지만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일본 3루수 이시카와 다카야가 1루에 악송구를 했고,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아 동점을 만들었다.
한국은 9회말 끝내기 안타로 승리할 뻔했다. 이번에는 일본의 호수비가 빛을 발했다. 2사 1, 2루에서 김지찬이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깨끗한 안타를 쳤다. 한국 선수들이 승리의 세리머니를 위해 뛰쳐나오려 했지만 일본 좌익수 니시 준야의 빨랫줄 같은 송구에 2루 주자 강현우가 홈에서 객사했다. 한국은 6회에도 김지찬의 안타 때 2루 주자 박민이 일본 우익수의 호송구에 걸려 홈에서 아웃됐다.
10회에 펼쳐진 승부치기 역시 반전의 연속이었다. 10회초 한국은 1사 2, 3루에서 다케오카 류세이에게 2루타를 맞아 2점을 먼저 내줬다. 2-4로 뒤진 채 시작한 10회말 무사 1, 2루에서 박주홍은 침착하게 보내기 번트를 댔다. 일본 투수 하야시 유키가 허둥대다 1루에 악송구하면서 한국에 다시 기회가 왔다. 1점을 추격한 1사 만루에서 신준우(대구고)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다시 동점을 만든 한국은 계속된 1사 만루에서 박민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 선수들은 환호했고, 일본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몇몇 일본 선수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잠시 후 양국 선수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악수를 했다.
한국과 일본이 모두 결승에 진출한다면 두 팀은 8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우승을 놓고 리턴매치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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