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구팀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각 동작에 따른 인체의 근육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걷거나 뛸 때, 앉고 일어설 때, 무거운 물건을 들 때 등 여러 동작을 하는 상황에서 사람 몸속 근육이 정확히 어떤 세기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정형외과 분야에서 수술 결과를 예측하거나 재활치료 과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제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48·사진)가 이끄는 연구팀은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인체의 전신 운동계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딥러닝은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신경망에 빅데이터를 결합해 다양한 형태의 패턴을 학습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600개가 넘는 전신 근육 가운데 표정 변화에 관여하는 안면 근육 등을 제외한 346개 골격근의 움직임을 모두 재현해냈다. 사람이 뛰거나 점프할 때 몸속의 어떤 근육이 정확히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화면 위에 나타나게 한 것이다. 2003년부터 이 연구에 매달려 온 이 교수는 “그동안은 관련 연구에서 어마어마한 계산량을 처리하는 것이 난제였는데 AI 기술의 발달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 연구팀의 성과는 올 7월 3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학회 ‘시그래프’에서 소개됐다. 컴퓨터 그래픽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학회다.
이 교수팀의 연구 성과는 정형외과와 재활의학, 스포츠 과학 분야에서 많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무릎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슬관절강직’, 발끝이 안으로 휜 ‘안짱다리’ 등 보행 장애를 겪는 환자들의 근육 움직임을 개선하는 수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에 참여한 박문석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47)는 “지금까지는 의사들이 임상 경험으로 축적한 평균적인 데이터에만 의지해 수술 방법을 결정했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 성과를 통해 개별 환자들에게 맞춤형 수술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했다.
김은지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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