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뇌사상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막말에 프랑스정부 발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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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쿠르드정책 비난 마크롱, 지난달 “나토 뇌사 경험” 꼬집자
에르도안 “당신부터 점검해라” 독설… 佛정부, 터키대사 불러 항의 방침
두 사람 3일 나토정상회의에 참석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본인부터 뇌사 상태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65)이 터키의 친러 행보 및 쿠르드족 공격을 비판한 마크롱 대통령(42)에게 원색적인 독설로 맞대응하고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시리아 북동부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에 대한 터키의 공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 등을 거론하며 “우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뇌사를 경험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에 발끈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 발언을 차용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한 행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자기 자랑만 할 줄 알지 나토에 돈도 제대로 못 내고 있다”며 “뇌사 발언은 당신처럼 뇌사 상태인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격렬히 비난했다. 이어 “그는 초보자이고 경험이 부족하며 테러와 싸우는 게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노란 조끼’ 시위대가 프랑스를 점령했다”고 꼬집었다.

마크롱 대통령의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린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에 프랑스 정부도 격분했다. 이에 주프랑스 터키 대사를 초치해 공식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엘리제궁) 관계자는 “이건 발언이 아니라 모욕”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뇌사 발언 하루 전에도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터키가 나토도 일원인 반(反)이슬람국가(IS) 공조 전선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8200만 터키 국민의 약 18%인 1500만 쿠르드족의 독립 움직임을 가장 경계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르드족 공격에 대한 비판을 일종의 ‘역린’을 건드리는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가장 민감한 대목을 건드리는 상황이 전개된 셈이다.

공교롭게도 두 대통령은 모두 3, 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마크롱#뇌사 상태#에르도안#터키 쿠르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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