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17년 매티스 前국방장관 등 참모들 향해 독설
WP, 자사 기자 저서 내용 공개… “못받으면 주한미군 철수” 언급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17년 7월 “한국이 미사일방어(MD)에 대한 비용 100억 달러(약 11조5900억 원)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주한미군 철수를 연계했다는 폭로가 등장했다.
17일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 출간을 앞둔 자사 기자 2명의 책 ‘매우 안정적인 천재(A Very Stable Genius)’를 발췌해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국방부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그들(한국)에게 임대비를 청구해야 한다. 우리 군인들 비용도 받아내야 한다”고 언급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했다고 전했다. WP는 MD를 북한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격추해 한국과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 사실상 사드임을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초 자신을 비판한 책 ‘화염과 분노’가 자신의 정신 건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자 “나는 안정적인 천재”라고 반박했다.
이 브리핑은 대통령에게 동맹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기 위해 당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이 마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의 말을 무시한 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은 아무 가치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부동산 사업가인 자신의 이력을 반영하듯 부동산 용어를 써가며 “나토 회원국은 미국에 진 빚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당신들이 수금하지 못했다. 사업을 했으면 완전히 파산했을 것”이라고 참모들을 비판했다.
417쪽 분량의 이 책에는 참모들이 대통령의 무지에 당황한 여러 일화가 포함됐다. 인도와 중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음을 몰랐던 트럼프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회담에서 “(인도가) 중국과 국경을 접한 것도 아니지 않냐”며 양측 갈등을 대수롭지 않게 평했다. 저자들은 “당시 모디 총리가 너무 놀라 눈이 튀어나올 정도였다”고 전했다. 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진주만 공습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념관을 방문하려는 일정을 준비하던 존 켈리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뭘 둘러보는 일정인가(What‘s this a tour of)”라고 물었다. 저자들은 “그가 진주만이란 단어를 들어봤고 역사적 전투가 벌어졌다는 것을 이해하는 듯했지만 그 이상에 대해서는 모르는 듯했다”고 꼬집었다. 한 참모는 “대통령은 위험하리만큼 무지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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