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크루즈선 ‘감염 온상’ 현실화… 전문가 “에어로졸 전파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1일 03시 00분


[신종 코로나 확산]환자 135명… 한국국적 14명 탑승
“약 안와… 언제 배 내릴 수 있나” 승객들 불안감 갈수록 커져
日후생상 “하선때 전원 검사 검토”… 정부 대변인은 “한계 있어” 부정적


3일부터 일본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환자가 65명 추가로 발생했다고 후생노동성이 밝혔다. 선내 확진자는 총 135명으로 늘었다. 배 1척에서 싱가포르(43명), 홍콩(38명), 태국(32명)을 합친 수보다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의심 증세를 보이는 탑승자가 많아 확진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총 3711명이 탑승한 이 배에서는 5일(10명), 6일(10명), 7일(41명), 8일(3명), 9일(6명) 환자가 발생했다. 한국 국적자 14명도 타고 있으며 이들은 이날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135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일본은 이날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은 65명의 국적, 연령 등의 정보를 밝히지 않았다. 크루즈선 선사는 확진자가 66명 추가됐다고 했지만 후생노동성이 65명으로 정정해 통계의 신뢰성 논란도 불거졌다.

TV아사히는 “이날 확진자 65명 중 아직 병원으로 이송되지 않은 환자가 꽤 있다. 당국이 병원 이송 직전에 확진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하므로 일부 승객은 자신이 확진자인지 아닌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지난달 20일 요코하마항을 출항한 이 배는 가고시마현, 홍콩, 오키나와현을 거쳐 요코하마에 복귀했다. 지난달 25일 홍콩에서 내린 80세 남성이 환자로 확인되자 일본 정부는 이 남성과 접촉한 사람, 발열 및 기침 증상이 있는 사람만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했다. 이에 검사를 받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승선자 약 3500명 전원을 검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탑승객들은 19일까지 객실에서 대기해야 한다. 10일 승객들은 NHK 인터뷰에서 “약이 오지 않는다” “의사가 파견됐다는데 진료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대체 언제 배에서 내릴 수 있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환자가 속출함에 따라 격리 해제일이 예정일(19일)보다 늦어질 가능성을 제기한다.

전날 “전원 검사는 무리”라고 했던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이날 “승선자들이 배에서 내릴 때 한꺼번에 검사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며 전원 검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반면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하루 검사 건수에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전원 검사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전원 검사를 하면 ‘바다 위 감옥’에서 격리 중인 승선자들의 선내 대기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확진자가 갑자기 늘어나자 상황이 훨씬 심각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미카모 히로시게(三鴨廣繁) 아이치의과대 교수는 TBS에 출연해 “감염자 증가 상황을 볼 때 대기 중 미세 입자(에어로졸)에 의한 전파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환자의 침방울이 작은 입자로 쪼개져 공기 중에 떠다니는 에어로졸은 침방울보다 감염 범위가 넓다.

배의 소유주인 미국 ‘프린세스크루즈’는 승객들에게 크루즈 대금 등 비용 전액을 환불하겠다고 밝혔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우한 폐렴#코로나 바이러스#크루즈선#에어로졸 전파#확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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