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 2주년]총선 이후 첫 공개 대북 메시지
“가장 현실적-실천적인 길 찾을것”
코로나 방역 협력-철도 연결 등 독자 추진 가능한 4대사업 제안
‘슈퍼여당’ 발판 남북경협 재시동
“여건이 좋아지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은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남북 협력의 길을 찾아 나서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총선 이후 첫 공개 대북 메시지에서 국제 대북제재가 완화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독자적인 남북 협력 사업을 펴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슈퍼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등에선 좀 더 획기적인 수준의 남북 경제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文, 대북제재 겨냥해 “국제 제약”
문 대통령은 이날 “나와 김 위원장 사이의 신뢰와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평화 경제의 미래를 열어나가겠다”며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 자신”이라고 말했다. 1월 “남북 관계에 있어 더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고 한 지 3개월 만에 ‘한반도 주인론’을 언급하며 독자적 남북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코로나19 방역협력 △남북 철도연결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이산가족 상봉 및 실향민 상호 방문 등 4대 협력 사업 구상을 제안했다.
지난해 판문점 선언 1주년 당시 간략한 메시지만 내놨던 문 대통령이 이날 남북 협력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것은 미국 대선이 열리는 11월까지 남은 6개월이 현 정부가 남북 협력 사업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마지노선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며 두 차례 대북특사를 맡았던 민주당 윤건영 당선자는 이날 페이스북에 “시간이 많지 않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곧 4년 차를 맞는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 정부도 대선으로 움직이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여기에 여당의 압승으로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 구상이 힘을 받게 되면서 독자적 남북 협력 사업 추진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와 자신감도 담겼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대북제재를 겨냥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국제적 제약”이라고 지적하며 “좁은 길도 점차 넓은 길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2018년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직후 미국과 유럽을 방문해 대북제재 완화론을 폈다가 국내외 비판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남북 간 방역협력의 명분이 생긴 데다 국내 정치적 환경이 안정된 만큼 남북 협력 사업을 다시 전개할 여건이 조성됐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의 기본정신도 연대와 협력”이라며 “남과 북이 함께 코로나 극복과 판문점 선언 이행에 속도를 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며 상생 발전하는 평화 번영의 한반도를 열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여권 인사들도 가세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남북이 보건 방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해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20일 “몇억 달러를 써서라도 큰 그림 만들고, 이걸 갖고 북측에 물밑으로 제안하고 이걸 받으면 남북 정상회담으로 가는 밑바탕을 삼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 김연철, “동해북부선은 한반도 뉴딜 사업”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날 강원 고성군 제진역에서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을 열고 남북철도 연결 재추진에 착수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 철도 연결을 위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 나가겠다”며 “남북 정상 간 합의한 동해선과 경의선 연결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동해북부선은 강릉에서 제진역을 잇는 종단철도로 1967년 노선 폐지 후 현재까지 단절돼 있다. 정부가 올해 기본계획을 완료하고 내년 말 착공에 들어가 동해선 철도가 연결되고 북한이 남북 철도 연결에 응한다면 장기적으로 부산에서 출발해 런던까지 닿을 수 있게 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기념사에서 “동해북부선 건설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한반도 뉴딜’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 승차권’도 등장했는데 강릉∼독일 베를린까지 가는 표로 운임은 61만5427원이 책정돼 있었다. 6·15 남북 공동선언과 4·27 판문점 선언을 기념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별개로 북한 내 철도 건설에는 대북제재 면제가 필요한 만큼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척되지 않으면 제재 면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래통합당 김성원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북한은 지난해에만 13차례에 걸친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고 올해에도 미사일을 다섯 차례나 쏘아 올렸다”며 “지금은 2년 전 하룻밤의 꿈을 기억할 때가 아니라 반성과 기조 전환을 통해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기약해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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