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유일하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종실을 만든 대구카톨릭대병원에서 최근 고령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딸의 배웅 속에 죽음을 맞았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28일 “코로나19 확진자인 90세 할머니가 최근 중환자실 한켠에 만든 임종실에서 딸과 작별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중환자실은 원칙적으로 의료인만 출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망자들은 입원 이후 가족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채 홀로 죽음을 맞는 경우가 많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대구가톨릭대병원은 가족 대표가 방호복을 입고 들어가 환자의 마지막을 지킬 수 있도록 지난달 음압병실 1인실을 임종실로 마련했다. 여기서 첫 임종 사례가 나온 것이다.
고인은 치매와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었지만 평소 혼자 샤워를 할 정도로 건강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뒤 급격하게 악화된 폐렴을 이기지 못했다. 상태가 악화된 이후 병원은 가족 대표인 딸에게 4일 간 임종실에 입실할 수 있게 허가했다. 딸은 한 번 입실 할 때 마다 20분 정도 면회를 했다. 환자는 호흡곤란 등의 증세로 산소치료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심폐소생술 같은 연명치료는 하지 않기로 한 상태였다.
딸과 함께 임종실에 들어갔던 간호사는 “따님이 어머니가 입원한 뒤 홀로 병실에 있는 것에 늘 마음 아파했다”면서 “따님이 ‘평소 사랑한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을 못해 가슴이 아팠는데 임종실 덕분에 얼굴을 보면서 사랑하고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며 병원 측에 고마워했다”고 말했다. 다른 병원 관계자는 “어머니가 산소마스크를 끼고 있어 대화를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편안해 보이셨다”고 전했다. 고인은 딸과 마지막으로 면회한 이틀 뒤에 숨을 거뒀다.
한편 대구가톨릭대병원은 가족 대표가 임종실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방역 교육을 받도록 했다. 가족 대표는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임종실에 들어간다. 면회를 마치고 방호복을 벗을 땐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다. 방호복을 벗는 과정에서도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방호복을 입기 때문에 자가격리는 할 필요가 없다. 병원 관계자는 “임종실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품위 있는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의미 있는 이별이 되도록 ‘임종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