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지 일주일째를 맞고 있지만 청와대와 정보 당국은 “북한 내 특이 동향이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통일부는 물론이고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 등 여권 외곽 인사들도 ‘김정은 건재론’에 가세했다.
그 배경에 대해 정부 핵심 관계자는 27일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력이 그리 간단치 않다. 근거가 있다”고 했다. 그 핵심은 한미 연합정보 자산이라는 게 여권의 평가다. 그렇다면 한미 당국은 무엇을 통해 어떻게 김 위원장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을까.
○ 對北 감시 ‘공중은 미국, 지상은 한국’
복수의 청와대 및 정보 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미 양국은 21일 미 CNN방송의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부터 휴민트(HUMINT·사람을 통해 수집한 인적 정보), 테킨트(TECHINT·인공위성과 정찰기 등을 활용한 군사 기술 정보) 등 한미 연합정보 자산을 총동원하고 있다. 김 위원장 건강에 이상이 생길 경우 한반도 정세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급변 사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감시 자산을 동원해 김 위원장 동향 추적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 정보 당국에 따르면 테킨트 운영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미군이 운용 중인 정찰위성 KH-12는 600∼700km 상공에서 15cm 크기의 물체도 식별할 수 있다. “정찰기로 찍으면 축구공 무늬까지 판별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미군은 U-2, 리벳조인트(RC-135W), 조인트스타스(E-8C) 등의 정찰기를 북한 상공에 수시로 띄우고 있다.
우리 군도 금강·백두(RC-800), 새매(RF-16) 등의 정찰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테킨트의 핵심 중 하나인 이민트(IMINT·영상 정보) 수집 능력 등은 미국이 앞서 있다는 평가다.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는 “우리와 달리 미국은 위성, 정찰기 등 여러 채널을 교직해 정확한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테킨트를 토대로 한미 당국은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가 관련 사진을 공개하기 전부터 김 위원장 전용 열차의 이동과 원산 도착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보 당국 관계자는 “민간이 위성정보 분석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한미 당국이 몰랐겠느냐”고 했다.
국가정보원, 합동참모본부 등 한국 정보 당국은 북한과 맞닿아 있는 지리적인 특성을 이용해 전파 도·감청, 음성 신호 분석 등 시긴트(SIGINT·무선통신 등 각종 신호 정보)와 코민트(COMINT·통신장비 감청 신호 정보)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국방부는 대북 감청부대인 777부대는 물론이고 서해 도서에서 유·무선 교신 정보 수집 기지 여러 곳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파악한 SI(Special Intelligence) 정보가 평양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갑자기 늘어날 경우 북한 최고위층의 이동을 탐지하는 식이다. 다만 시긴트의 경우 북한이 의도적으로 역(逆)정보를 흘릴 가능성도 감안해 활용 중이다.
○ 靑, 휴민트 노출 우려해 수술 여부 절대 함구
정보원 등을 활용한 휴민트는 테킨트의 반대 개념으로 과거보다 정보 분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한국이 미국보다 앞서 있는 분야다. 실제로 외교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종종 “김정은은 잘 있느냐?”고 물어본다고 한다. 김 위원장 주변 동향은 휴민트 등을 통해 우리 정보 당국이 한발 빠르게 입수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국정원 등은 그간의 남북 교류로 축적된 무형 정보 자산 등도 대북 첩보 분석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방남, 문 대통령의 방북 등을 통해 대외적인 북한 조직도가 아닌 진짜 권력지형도가 상당 부분 파악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움직임을 직접 확인하지 못하더라도 핵심 측근들의 움직임을 통해 김 위원장의 행보를 읽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청와대가 김 위원장의 수술 여부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는 것은 섣불리 정보가 공개될 경우 자칫 휴민트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08년 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직접 양치질을 할 수 있을 정도”라고 밝힌 뒤 북한 최고위층 내에서는 대대적인 색출 작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 靑 장담 어긋나면 거센 후폭풍 불가피
정부가 한미 연합정보 자산을 토대로 판단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상태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국방부 차관을 지낸 미래통합당 백승주 의원은 이날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51시간 만에 북한이 발표를 했는데 당시에도 우리 정부는 ‘특이 동향이 없다’고 말했다”며 “(김 위원장이) 김일성 생일날 나타나지 않은 것도, 북한 창군 기념일에 나타나지 않은 것도 특이한 동향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만약 김 위원장이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추후 건강 이상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청와대의 정보 수집 및 판단 능력을 둘러싼 심각한 책임론이 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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