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비싼 5G, 속도는 NG” vs “거액 투자, 망구축 시간 걸려”[인사이드&인사이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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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무늬만 5G’ 논란

이건혁 산업1부 기자
이건혁 산업1부 기자
“요금이 비싸다.” “서비스가 제대로 안 된다.”

이달 7, 8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는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를 향한 성토대회였다. 가격, 품질, 과장광고, 투자 부족 등 5G 서비스 전반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지난해 4월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달고 시작한 5G 서비스를 향한 불만이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있다. 요금은 비싼데 속도와 커버리지(이용 가능 범위) 등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5G 상용화 초기 “롱텀에볼루션(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라고 홍보했던 정부와 이동통신사의 설명을 믿었다는 가입자들의 불만이 크다.

소비자들의 불만과 정치권의 지적에 몸을 낮춘 이동통신 3사는 국정감사에서 요금제 개편을 통한 저가요금제 도입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5G에 대한 비판이 과도하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망 구축에 조 단위 자금이 투입되고 있고 기술 개발을 통한 품질 개선의 여지도 많아 좀 더 기다려 달라는 것이다.

○ “1초 안에 영화 한 편 내려받는다”던 5G

5G 무선통신 기술을 정의하는 핵심 요소는 속도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5G는 모든 통신 자원이 제공될 때 다운로드는 20Gbps(초당 기가비트), 업로드는 10Gbps의 통신 속도가 나와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저장용량으로 환산하면 2.5GB(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내려받는 데 1초가 걸린다. 4세대(4G)인 LTE는 다운로드 기준 1Gbps가 최대 속도다. 이통사와 정부가 “5G는 LTE보다 20배 빠르다”고 소개한 배경이다.

다만 20Gbps라는 속도는 이론상으로 가능한 최대 속도다. 올해 4월 삼성전자가 개발한 최신 이동통신용 5G 기지국 장비를 활용한 실험에서 확인된 최고 속도는 8.5Gbps였다.

일반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속도는 이보다 느릴 수밖에 없다. 인구 밀집도, 기지국과의 거리 등 이용 환경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8월 발표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올해 상반기(1∼6월) 5G 품질평가에서 이통 3사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656.56Mbps(초당 메가비트)에 그쳤다. 그나마 LTE(158.53Mbps)보다 약 4배 빨랐지만 20배 빠른 속도를 기대했던 가입자들의 불만은 클 수밖에 없었다.

소비자들이 5G를 선택하는 결정적 요인이었던 속도에 대한 정보 제공이 제대로 이루어졌냐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참여연대는 올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에 허위 과장광고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이통사들의 초기 광고에 실렸던 ‘20배 빠른 속도’ ‘대용량 영화 다운로드에 1초’ 같은 문구가 소비자에게 혼란을 줬다는 것이다.

이통사들은 5G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며 기술 발전을 통해 5G의 이론상 최대 속도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해명한다. 류정환 SK텔레콤 5GX인프라그룹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LTE도 현재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5G도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 최적 활용법 못 찾은 초고주파 5G

정부도 5G 속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기영 과기부 장관은 7일 국정감사에서 “(이론상 5G 최대 속도가 구현되는) 28GHz(기가헤르츠) 주파수를 전 국민에게 서비스한다는 생각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며 “기업 간 거래(B2B)를 포함한 특정 서비스를 위한 것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반 국민이 이용하는 통신용으로 이용될 여지가 적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28GHz를 활용한 5G가 도입되면 속도가 대폭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도로로 비유하자면 대량의 자동차(정보)가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넓은 길(대역폭)이 필요하다. 초고주파 대역일수록 넓은 대역폭을 확보하기 유리하기 때문에 ‘진짜 5G’를 위해서는 28GHz 이용이 필수라고 생각한 것이다.

현재 국내 5G 서비스는 3.5GHz 대역만을 사용하고 있다. 고주파일수록 전파가 휘어지는 성질(회절성)이 약해 커버리지가 좁다는 약점 때문이다. 28GHz는 3.5GHz 커버리지의 10∼15% 수준에 불과해 더 많은 기지국을 필요로 한다.

정부나 업계가 28GHz를 이용한 5G는 B2B용이라고 강조하는 건 전국망 설치로 나아갈 경우 투자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하지만 13일(현지 시간) 애플은 미국 판매용 아이폰12에 28GHz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이 일부 지역에 구축한 28GHz 설비를 이용하면 최대 4Gbps의 속도가 나온다고 했다.

이에 한국이 ‘진짜 5G’를 외면하는 사이 미국이 한 발짝 앞서 나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 판매될 아이폰12에 28GHz용 초고주파 안테나가 빠진 것도 한국의 5G 환경이 미국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에서 “28GHz 위주로 5G를 설치하던 미국에서도 최근 효율성 문제 탓에 3.5GHz를 중심에 두는 5G 구축 전략으로 선회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통신사들이 28GHz를 일반 통신용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완전히 접은 건 아니다. 이통 3사는 최근 삼성전자에 28GHz용 기지국을 발주하고 B2B 서비스와 함께 일반 이용자들이 몰리는 지역에도 사용될 수 있는지 등을 실험할 예정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내년 판매용 스마트폰을 주문하며 28GHz용 안테나 삽입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통신사 관계자는 “이통 3사가 각각 약 2000억 원을 들여 28GHz 주파수를 배분받았다”며 “투자가 이루어진 만큼 어떤 식으로든 활용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 합리적 요금제 나와야

5G는 4G보다는 빠르지만 완성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게 현실이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비싼 5G용 스마트폰을 구매해 비싼 5G 요금을 내고 있는데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고 LTE로 전환되는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요금이라도 낮춰줘야 할 것 아니냐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정부도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월 2만 원대 보편요금제 의무 도입을 추진하는 등 요금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통신사들은 2013년 이후 가계통신비가 꾸준히 하락 추세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울러 5G 관련 투자가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4∼6% 수준에 불과해 세계적으로도 최하위권이라는 점 등을 내세워 요금제를 인위로 낮추기는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그 대신 이통사들은 요금제 다양화라는 카드를 내민 상태다. 월 8만 원대 이상 고가 위주였던 5G 요금제를 다양하게 만들어 사실상 인하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일단 KT가 이달 5일 4만 원, 6만 원대 5G 요금제를 내놓으며 요금제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이른 시일 내에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을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LTE 요금제와 유사한 수준의 5G 요금제가 나오면 소비자들의 5G 요금제에 대한 불만이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는 가입자가 적은 알뜰폰에서 5G 요금제 종류가 다양해지면 요금이 더 내려가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5G 서비스를 이용하다 LTE로 돌아간 가입자들이 약 56만 명에 이르는데 합리적 금액대의 5G 요금제가 늘어나면 다시 5G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시간의 문제이긴 하지만 5G 서비스는 앞으로 갈수록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경우 올해 8월 5G 관련 가입자의 불만 제기 건수는 상용화가 이루어진 2019년 4월 대비 약 91% 감소했다고 했다. 속도도 갈수록 향상될 것이고 커버리지도 기지국 수 증가와 함께 넓어질 것이다.

현재 한국의 5G 품질은 세계 각국과 비교할 때는 오히려 앞서는 수준이기도 하다. 영국의 무선네트워크 품질평가업체 오픈시그널에 따르면 8월 기준 한국의 5G 속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2위이며, 5G 이용자가 실제 5G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20%를 넘는 4개국(사우디 쿠웨이트 홍콩) 중 하나다.

하지만 5G를 한발 앞서 이용하기 시작한 소비자들이 그동안 높은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기대치보다 낮은 서비스를 감수한 점도 이해해야 한다. 결국 5G를 둘러싼 논란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 국가’라는 타이틀을 따내겠다는 정부와 업계의 속도전, 이 과정에서 5G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면서 벌어진 것이다. 이제라도 5G의 현주소에 대해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설명하고 납득할 수 있는 요금제 도입과 품질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이건혁 산업1부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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