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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27〉동네 양조장에서 술 익는 향기가 퍼질 때

    [포도나무 아래서]〈27〉동네 양조장에서 술 익는 향기가 퍼질 때

    “깊은 숲속 나무 위에 나만의 작은 집을 짓고 싶어요. 인생이 공격수와 같은 거라면 그 집은 타임아웃 같은 것이죠. 작은 발코니에서 새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침실에 누워서도 하늘을 볼 수 있는 창을 내어 주셔요. 작은 건식 사우나가 있고 샤워는 숲의 바람을 느끼며 바깥에서 할 수 있으면…

    • 20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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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26>그의 휘파람에 새들이 말을 걸었다

    [포도나무 아래서]<26>그의 휘파람에 새들이 말을 걸었다

    작은 새 몇 마리가 날아간다. 포롱포롱 날면서 뭐라뭐라 지저귄다. 사실은 새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먹이를 많이 먹기 위해 일찍 일어나는 새의 기상 시간이 정확히 몇 시인지, 실컷 벌레를 잡아먹은 뒤의 스케줄이나 취미생활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사과밭에 가서 지렁이 사냥…

    • 20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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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25〉남편의 이게 필요해, 저게 필요해

    [포도나무 아래서]〈25〉남편의 이게 필요해, 저게 필요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우리에겐 한 그루의 포도나무도 없었다. 길 가다 남의 집 담장이나 마당에 심어진 포도만 봐도 멈춰 서서 품종이 무엇인지 가지는 어떻게 뻗어갔는지 땅은 어떤지 ‘두릿두릿’ 살피며 긴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남의 집 포도밭과 포도나무가 참 부러웠다. “이 포도나무…

    • 201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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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24〉텃밭에서 싹 튼 봄 편지

    [포도나무 아래서]〈24〉텃밭에서 싹 튼 봄 편지

    “루바브가 올라오기 시작했어. 전부 아홉 그루야. 올해는 제대로 자랄 것 같아. 올여름엔 파이를 해먹을 수 있을 거야! 바질이랑 타임, 세이지도 올라온다. 아티초크는 아직 안 올라오네. 아티초크를 올린 피자가 먹고 싶다!” 레돔이 봄의 텃밭에 쪼그리고 앉아 이것저것 올라오는 모든 …

    • 2019-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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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23〉나비와 닭이 노니는 낙원을 일구리라

    [포도나무 아래서]〈23〉나비와 닭이 노니는 낙원을 일구리라

    이윽고 땅을 샀다. 우리는 비로소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땅속에 53도의 뜨거운 물이 흐르는 충주 수안보면 한 모퉁이, 그동안 수없이 이곳을 다녔지만 그때는 남의 땅이었다. 모가 심긴 푸른 들에 바람이 불어 잔물결이 일어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나비 제비가 깝쳐도 맨드라미 들마꽃…

    • 201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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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22〉내 인생 가장 행복한 순간

    [포도나무 아래서]〈22〉내 인생 가장 행복한 순간

    ‘그러니까 지금 행복합니까?’ ‘가장 행복했던 때 혹은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죠.’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레돔은 여자 하나 믿고 한국에 왔다. 작은 땅을 일구어 농사를 짓고 와인을 만들고 싶다는 평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지금 그가 행복한지 어떤…

    • 2019-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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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21〉백 가지 사과, 혀가 꿈꾸는 백 가지 상상

    [포도나무 아래서]〈21〉백 가지 사과, 혀가 꿈꾸는 백 가지 상상

    “시드르가 없다고? 그렇다면 칼바도스도 없겠구나. 그러니까 사과술들 말이야. 사과 케이크나 파이도 없다는 거야? 사과를 졸여서 먹는 콩포트는? 이건 정말 맛있는데 왜 없지?” 레돔이 한국에 와서 처음 사과를 먹었을 때의 반응이었다. 1990년대 중반이었다. 그가 먹은 것은 홍옥이었…

    • 2019-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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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20〉자급자족하는 아빠, 타급자족하는 아들

    [포도나무 아래서]〈20〉자급자족하는 아빠, 타급자족하는 아들

    중학교 2학년인 내 아들은 유튜브에 기타리스트 우상이 있다. 무엇이든 그를 따라 한다. 그와 같은 상표의 기타를 가지고 같은 머리띠를 매고 그와 똑같은 포즈, 고개를 갸웃이 하고 날마다 핑거스타일(손끝으로 현을 뽑아서 치는 방식) 기타를 친다. “엄마, 이 티셔츠랑 바지 어때? …

    • 2019-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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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19〉효모가 방귀 뀌면 술이 익어간다

    [포도나무 아래서]〈19〉효모가 방귀 뀌면 술이 익어간다

    “이제야 발효를 시작했군.” 레돔이 술잔을 내밀며 말했다. 지난달 착즙해서 발효탱크 안에 들어간 사과즙이 ‘꿈틀’하더니 이윽고 콧방귀를 뀌기 시작했다. 착즙한 지 꼭 3주 만이다. 지난해 우리는 세 번의 사과 착즙을 했다. 홍옥이 나오는 여름 착즙, 새로운 품종을 시험해보라고 가져…

    • 201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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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18〉시아버님의 ‘호주머니’를 탐하라

    [포도나무 아래서]〈18〉시아버님의 ‘호주머니’를 탐하라

    “며느리에게. 이번 노엘에 너희가 우리와 함께 못 하는 것이 너무 아쉽구나. 이번 노엘 식사는 실비네 집에서 하기로 했다. 멧돼지 요리를 한다네. 노엘 저녁에 멧돼지는 처음이다. 너를 위한 노엘 선물 100유로, 12월 네 생일 선물 100유로, 이 금액을 네 계좌로 이체했다. 원하는…

    • 201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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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17〉지갑 속 옛 ‘애인’ 사진을 버려야 할까?

    [포도나무 아래서]〈17〉지갑 속 옛 ‘애인’ 사진을 버려야 할까?

    “왠지 그 땅을 잊을 수가 없어.” 레돔이 이렇게 말했을 때 얼굴에 깊은 상실감이 느껴졌다. 실패한 첫사랑을 다시 소환하여 추억을 되씹는 표정 그대로였다. 첫사랑을 가슴에 끌어안고 사는 것처럼 이제는 그 땅을 잊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땅은 인연이 닿아야 한다는 말이 무슨…

    • 2018-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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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16〉첫눈, 잡초가 나무가 되는 ‘마법’

    [포도나무 아래서]〈16〉첫눈, 잡초가 나무가 되는 ‘마법’

    “이 나무 좀 봐. 크리스마스트리가 되었네. 이제부터 이 나무 이름은 노엘이다. 노엘.” 레돔이 마당의 어느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밤새 내린 첫눈을 폭 뒤집어쓴 작은 나무가 예뻤다. 지금까지 그 나무를 잘 지켜온 보호자로서의 뿌듯함이 느껴졌지만 이 나무를 둘러싸고 봄부터 우리는…

    • 2018-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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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15〉제발 내 사랑을 가만히 놔두렴

    [포도나무 아래서]〈15〉제발 내 사랑을 가만히 놔두렴

    “어, 얜 누구냐. 우리 집 깡패잖아. 그런데 왜 이러고 있지?” 레돔이 발견한 것은 말벌이었다. 늦가을 추위에 비틀거리며 엎어져 있었다. 지난여름 동안 우리 집 작은 마당을 전쟁터로 만들었던 그 용맹함은 어디로 갔는지 곧 죽을 것처럼 보였다. 말벌이 새끼를 까면서 전쟁은 극한으…

    • 201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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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14〉술 취한 반죽, 술주정하는 빵

    [포도나무 아래서]〈14〉술 취한 반죽, 술주정하는 빵

    “지금 막 한국에서 최고 맛있는 빵이 탄생했음을 알립니다. 솔직한 평가가 필요해.” 오븐에서 빵을 꺼낸 뒤 식기 전에 얼른 레돔에게 내밀며 말했다. 그 말은 빵 구울 때마다 하는 소리인 것 같은데…. 그런 표정으로 레돔은 빵을 들고 살짝 외모를 살핀 뒤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 …

    • 201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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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13〉소쩍새 한 맺힌 응원이 결실 맺어라!

    [포도나무 아래서]〈13〉소쩍새 한 맺힌 응원이 결실 맺어라!

    올해 우리 집 사과농사는 망했다. 견딘 놈들도 있지만 일찌감치 반 이상이 날아갔고 남아있는 것들도 쓸 만한 것들이 없다. 말 그대로 폭망이다. 그런데도 레돔은 사과밭으로 갔다. 어제도 갔고 오늘도 가고 내일도 갈 것이다. 참 고집도 대단하다. 이역만리 와서 짓는 농사니 풍년이 들어 덩…

    • 201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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