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에 대한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들은 짜증이 났다. 한보특위 위원들 중 그 누구도 정총회장의 「자물통 입」을 제대로 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청문회 스타」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이번 청문회의 스타는 바로 정태수』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나마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조금은 풀어준 특위위원은 최연소 의원인 국민회의 金民錫(김민석·33)씨였다.
김의원도 물론 30분간의 신문을 통해 정총회장의 직접적인 답변은 얻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차분하고 분석적인 신문으로 정총회장의 비자금조성과 대선자금제공, 정태수리스트의 존재 등에 대한 정총회장 진술에 허점이 많다는 점을 입증해냈다.
수서사건이 마무리된 92년부터 한보철강 계좌에서 현찰로 3억원씩 총 3천억원이 인출돼 로비자금으로 사용됐다는 것이 김의원의 분석.
정총회장은 이에 대해 『그 돈은 공사판에서 인부들에게 나눠준 돈』이라며 빠져나갔다. 그러나 김의원이 『그 돈 중 최소 5백억∼6백억원이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게 대선자금으로 지출됐으며 그후 5조원의 천문학적인 대출을 받았다』며 대선자금과 대출의 상관관계를 따졌다.
김의원이 『왜 수서사건 때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에게 1백억원의 정치자금을 준 사실을 밝히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정총회장은 이전에 대답한 것처럼 태연하게 『검찰이 묻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의원은 기다렸다는 듯 당시 수사기록을 인용하며 『그때 검찰이 분명히 그 부분을 물었고 증인은 「주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추궁했다. 그 순간 정총회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김의원은 신문 말미에 『증인은 나를 보라. 사별한 두 부인이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다. 나와 鄭譜根(정보근)회장은 동갑』이라며 『나라를 위해서라도 아들같은 사람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라』고 거듭 촉구했다. 청문회장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원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