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복은 바다에 살다 철쭉꽃이 피기 시작하는 4월 말부터 5월 말까지 임진강 등 서해 연안 하천으로 올라와 알을 낳는 회귀성 어종. 60년대에는 한강 금강 영산강 등에도 황복이 올라왔으나 수질악화와 댐건설, 수중보 설치 등으로 황복이 자취를 감추었고 지금은 임진강에서만 볼 수 있는 상태다.
▼"1kg 10만원 없어 못팔아"
<실태>
90년대 들어 임진강 주변인 경기 파주시 일대에는 산란기의 황복을 잡아 파는 음식점이 급속히 늘어나 현재 50여곳이 영업중이다. 올해도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본격 황복철을 앞두고 서울 등에서 식도락가들의 예약이 밀려들고 있다.
26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과 적성면 일대, 통일로 곳곳에는 황복철이 돌아왔음을 알리는 음식점들의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문산읍 내포리의 한 음식점 주인은 “제철이 되면 주말에는 예약을 하지 않고는 회맛을 볼 수 없다”며 “1Kg짜리 황복 1마리에 10만원 정도 받지만 그것도 단골손님이나 잘 아는 사람에게만 돌아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음식점 주인은 “예약 손님 중에는 정부의 지방출장소 간부나 지역 기관장, 유지들이 중앙고위인사 등에게 별미를 접대하는 자리가 많다”고 전했다.
황복을 찾는 식도락가가 늘면서 황복의 회귀경로인 인천 옹진군 연평도와 강화도, 임진강 일대 어민들은 수년 전부터 산란기 황복잡이를 주요 수입원으로 삼고 있다.
일부 음식점은 중국산이나 북한산을 냉동으로 들여와 임진강에서 잡은 황복으로 둔갑시켜 파는 경우도 있다.
<어획량>
일부 어민들이 그동안 암컷과 치어를 가리지 않고 마구 잡은데다 강물오염, 각종 공사로 인한 산란장 파괴등으로 갈수록 황복 어획량이 줄고 있다.
파주 어촌계 관계자는 4,5년 전만해도 임진강 일대에서 해마다 200여t씩 잡았지만 98년에 100t, 99년에는 20t정도로 줄었다고 밝혔다.
파주 지역 어민들은 올해도 강 곳곳에서 준설작업이 벌어지고 있어 어획량이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이미 3월에 황복잡이가 끝난 연평도에서도 올해는 지난해(10t)보다 훨씬 적은 4t밖에 잡히지 않았다.
<대책>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엄병권(嚴秉權)이사는 “그러지 않아도 수질오염 등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산란기만 되면 암컷 황복과 치어까지 남획하고 있다”며 “산란기 남획을 더 이상 방치하면 황복이 멸종될 수 있으므로 포획 시기와 크기를 제한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황복은 아무런 보호대책이 없는 상태다. 환경부는 97년에 황복을 절대 잡을 수 없는 ‘보호어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어민들의 생계문제를 고려해 결정을 미루었다.
해양연구소 생물자원개발연구센터 김형선(金亨善·41)박사는 “95년 황복 양식기술을 개발했지만 아직은 보급이 미미한 실정”이라며 “임진강 수질을 개선하고 산란장과 서식지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민입장>
어민들은 산란기가 민물에서 황복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때라며 황복잡이 규제에 반대하고 있다. 파주지역에는 200여명의 어민이 80여척의 배로 황복을 잡고 있다.
▼어민들 "조업금지 반대"
파주 어촌계 장석진총무(38)는 “어민들에게 치어는 놓아주라고 당부하고 있다”며 “몇년 전부터 인공부화를 통한 양식기술이 개발돼 멸종위기는 넘기게 됐으므로 무작정 황복을 잡지 말라는 주장은 어민들의 생존권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파주 토박이인 김대환씨(65)는 “황복은 수산자원으로서도 가치가 높은 만큼 무작정 잡지 못하게 해서는 곤란하다”며 “연어처럼 일단 잡아서 알을 채취한 뒤 인공수정을 하도록 하고 고기는 먹게 하는 시설을 정부가 나서서 여러 곳에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