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블랙홀만이 가지는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을 최초로 관측했다는 보고가 잇따라 나왔다. 블랙홀 근처 사건의 지평선으로 주변 물질이 빠른 속도로 빨려 들어가면서 내는 X선과 자외선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찬드라 X선 우주망원경과 허블우주망원경이 각각 포착한 것이다.
블랙홀은 워낙 질량과 물질의 밀도가 커서 강력한 중력을 갖기 때문에 물질은 물론 빛조차 빨아들이는 천체이다. 블랙홀과 바깥 세계의 경계선이 바로 ‘사건의 지평선’이다. 이 지평선 안으로 들어가면 어떤 것도 되돌아 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검게 보인다. 블랙홀의 관측에 대해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지하 석탄창고에서 검은 고양이를 찾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블랙홀을 찾아내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별과 블랙홀이 쌍을 이루는 경우를 정밀하게 관측하는 것이다. 이 경우 별로부터 나온 물질이 바로 근처에 있는 블랙홀로 빨려드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홀로 유입되는 물질은 수챗구멍으로 물이 빨려들 듯이 블랙홀 주위를 맴돈다. 이때 워낙 빠른 속도로 빨려들기 때문에 X선, 자외선 등 강력한 에너지를 지닌 짧은 파장의 빛을 방출한다.
이번에 블랙홀 근처에서 사건의 지평선을 관측한 NASA의 찬드라 우주망원경 |
이번에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센터 연구팀은 찬드라 우주망원경으로 블랙홀이 짝별로부터 물질을 빨아들이면서 강한 X선을 내는 쌍성들을 여러 개 찾아냈다. 이들 블랙홀 주위에서는 강한 X선이 방출되고 있었지만, 블랙홀의 지평선 근처에서는 대부분이 사라졌다. 즉 블랙홀의 지평선을 지나면서 X선조차 빨려든 것이다. 이 센터의 마이클 가르시아 박사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아무것도 보지 못함으로써 무언가를 발견했다”고 평가했다.
찬드라 우주망원경이 블랙홀과 중성자별로 물질이 끌려들어가고 있는 순간을 X선으로 관측한 모습. 블랙홀의 중심에서는 물질은 물론 빛조차 빨려 들어가 검게 나타나지만, 이보다 가벼운 중성자별에서는 강한 빛이 나오고 있다. |
한편 NASA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연구팀은 허블우주망원경으로 블랙홀의 지평선을 넘어가는 물질의 모습을 포착했다. 관측방법은 ‘시그너스 XR―1’이라는 블랙홀 주위를 감싸고 도는 고온의 가스 덩어리에서 나오는 자외선을 살피는 것이었다. 관측된 자외선은 사건의 지평선에 다가감에 따라 약해지면서 결국 사라졌다.
이런 일련의 관측결과에 대해 한국천문연구원의 박석재 박사는 “블랙홀 연구에 큰 획을 긋는 놀라운 관측결과”라면서 “하지만 이론 분야에서는 최근 20여 년 동안 큰 진전이 없어 블랙홀을 제대로 설명할 이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블랙홀은 1783년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존 미첼이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중력장을 가진 별을 상상하면서 탄생했다. 하지만 1915년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이 나와서야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고 관측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차 정체가 드러났다.
블랙홀은 크게 두 종류가 밝혀졌다. 하나는 별의 시체인 블랙홀이고 다른 하나는 은하 중심에 존재하는 거대블랙홀이다. 전자는 무거운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 후 남은 질량이 태양의 3배 이상이면 자체 중력으로 붕괴하면서 찌그러져 탄생하고, 후자는 은하가 형성되면서 은하 중심에서 탄생한다. 이밖에 우주 초기에 생성됐을 ‘원시 블랙홀’을 생각해볼 수 있다. 원시 블랙홀은 물질이 자체 중력으로 붕괴해 블랙홀이 되기에는 질량이 모자라지만, 우주 탄생 초기에 우주 전체의 압력이 매우 커서 높은 밀도로 압축돼 많이 탄생한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이충환동아사이언스기자>cosm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