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생명과학부 천종식 교수는 “적조를 일으키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수가 증가하면 콜레라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해외 연구결과들이 나와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적조 발생 해역에 서식하는 콜레라균에 대한 조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천 교수는 이같은 분석의 근거로 지난해 미국 ‘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된 미국 메릴랜드 대학 연구팀의 방글라데시 인근 해안에 대한 조사 및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메릴랜드대 연구팀은 92년부터 6년 간 위성으로 방글라데시 해안을 인공위성으로 조사한 결과 식물성 플랑크톤의 증가 및 해수면 기온의 상승과 콜레라의 발병 사이에 상당한 연관관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 콜레라균은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사는 동물성 플랑크톤에 집단 기생한다.
당시 이 연구팀의 연구에 참여했던 천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가 아열대기후 징후를 보인다는 발표가 있었고 식물성 플랑크톤이 갑자기 번성하는 적조가 발생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보건원은 최근 강화도 연안에 사는 동물성 플랑크톤에서 콜레라균을 검출했다는 3년간의 연구보고서를 보건산업진흥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콜레라균은 독성이 없는 콜레라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천 교수는 “하지만 최근의 연구를 종합해보면 이제까지 콜레라가 발생하지 않던 동해 인근 지방에서 콜레라가 새롭게 발생하는 것은 콜레라 발생지역인 동남아를 지나오는 외항선의 물 밸러스트가 동해안 항구에 독성콜레라균을 유출시키고, 이것이 한국의 적조해역에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 밸러스트란 선박의 균형을 잡기 위해 바닥에 싣고 다니는 바닷물이다.
반면 당국의 대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화물선에 적재된 물의 생물학적 오염에 대한 규정이 없어 실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적조 발생 지역의 플랑크톤에 대한 콜레라균 검출 조사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