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동력 지구 종단 프로젝트인 ‘밀레니엄 대장정 북극에서 남극까지(Pole to Pole 2000)’에 참가했던 서강대 최재웅군의 아메리카 도전기. 최군은 세계 7개국 젊은이 8명과 함께 스키 사이클 카약 등 무동력 도구와 도보로 10개월간 2만4000km에 달하는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여행 기록을 재정리한 이 책은 육체의 한계에 도전하는 모험과 고통뿐 아니라 여행 중 보고 느낀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자연파괴 분쟁 빈곤 등에 관한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최군은 끝도 없는 북극의 얼음바다를 헤쳐나가는 대장정의 육체적 고통을 이렇게 토로했다.
“처음에는 검던 것이 푸르죽죽해지면서 퉁퉁 부어올랐다. 그러더니 딱딱해져 이미 감각이라고는 없어졌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열 개 모두.”
최군은 해가 갈수록 녹고 있는 북극의 얼음바다, 스티로폼 페트병 등 쓰레기가 점령해버린 바다 등 환경오염문제의 심각성도 절감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환경보호 방안으로 일주일에 하루쯤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로 정한다, 소박하게 먹는다, 나무를 심고 가죽옷을 입지 않는다, 쓰레기를 줄인다 등을 제안했다.
이번 대장정은 최군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돌이켜보면 다시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처절한 경험이었고 앞으로의 내 인생을 흔들 만큼 강렬한 경험이기도 했다. 24시간 동안 꼬박 10개월을 같이 지내는 그 ‘작은 사회’는 용기 신념 노력 협동 등 귀에 너무도 익숙해 식상하기까지 한 가치들을 몸으로 일깨워주는 ‘학교’였다. 그러나 그것을 체득하는 순간 순간은 단언하건대 ‘지옥’이었다.… 10개월의 여행은 나를 많이 바꾸어 놓았다. 한 순간이라도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끝’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갈수록 나약해지고 자신감을 잃어가는 젊은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될 것 같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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