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호 공중폭발]우주개발 7人의 꿈 우주에 묻다

  • 입력 2003년 2월 2일 19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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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호 공중폭발로 사망한 7명의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정복이라는 인류의 꿈 앞에 바쳐진 또 하나의 아름다운 희생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이들 7명 중 4명은 이번이 ‘처녀 비행’이었다.


▽자신들의 몫이 된 조문=컬럼비아호 승무원들은 참변을 당하기 직전에 아폴로 1호와 챌린저호 승무원들을 추모하는 글을 지구로 보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릭 허즈번드 선장은 지난달 28일 본부와의 교신을 통해 “이들의 헌신은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전 인류에 봉사의 의미를 일깨워주었다”는 요지의 성명을 보내왔는데, 결국 그 자신과 동료들까지도 이들 선배를 따라 산화했다.

▽희생된 이스라엘의 ‘영웅’=승무원 가운데 유일한 외국인이자 이스라엘 최초의 우주비행사였던 일란 라몬 대령(48)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이스라엘 전역은 충격에 휩싸였다.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그는 수년간 경제난과 팔레스타인과의 유혈 분쟁으로 지쳐 있던 이스라엘 국민에게 ‘영웅’이었다.

라몬 대령의 아버지는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여서 그가 갖는 상징성은 더했다. 그는 14세 때 홀로코스트에 의해 희생된 한 소년이 생전에 그린 ‘달에서 본 지구의 상상도’를 이번 비행 때 가져갔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날은 우주 비행사 유족들과 과학에 비극의 날”이라면서 조의를 표했으며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라몬 대령의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했다. 컬럼비아호가 추락한 곳은 공교롭게도 ‘팔레스타인’이라는 이름의 텍사스 마을이었다.

▽인도 출신 최초의 여성우주인=‘인도의 자존심’으로 추앙받아 온 칼파나 촐라 박사(41)의 희생 역시 인도 국민을 안타깝게 했다. 인도 펀자브 공대 항공우주학과 최초의 여학생이었던 촐라 박사는 1988년 미 콜로라도대에서 우주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미 항공우주국(NASA)에 합류했다. 유학 중 미 국적을 취득한 그는 1997년 컬럼비아호 우주비행 때 376시간을 우주에서 보내기도 했다.

인도 우주개발 계획을 주도하고 있는 압둘 카람 인도 대통령은 애도 성명을 통해 “우리는 비극적이지만 영웅적으로 촐라 박사를 잃었다”며 “우주개발을 위한 그의 노력은 언제나 기억될 것”이라고 추도했다. 촐라 박사의 귀환 축하행사를 준비하던 그의 고향 인도 북부 하르야나주 카르날 주민들은 축하행사를 추도회로 바꿔야 했다.

▽유인우주선 사고 희생자는 모두 21명=이번 사고로 42년 우주개발 역사상 유인 우주선 사고로 사망한 우주비행사는 모두 21명에 이르게 됐다.

1967년 1월27일 아폴로 1호 발사 실험 도중 전기누전으로 화재가 발생해 사망한 버질 그림슨, 에드워드 화이트, 로저 채피가 최초의 희생자. 같은 해 4월23일 당시 소련 우주선 소유스 1호가 지구로 귀환하던 중 제동용 낙하산이 고장나 비행사 블라디미르 코마로프가 사망했고, 이어 1971년 6월29일에는 소유스 2호가 비행 도중 기체압력이 저하돼 게오르기 도브로볼스키 등 승무원 3명이 숨졌다. 이어 1986년 챌린저호가 이륙 직후 공중 폭발하면서 7명이 또 희생됐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희생자 명단
승무원직책 주요 경력
릭 허즈번드(45)선장-미 공군 대령 출신의 기계공학자-99년 10일간 디스커버리호 우주비행 참여, 우주 정거장에 사상 첫 도킹
윌리엄 매쿨(41)우주비행사-미 해군 중령 출신
마이클 앤더슨(43)우주실험실장-미 공군 중령 출신의 물리학자
일란 라몬(48)우주실험 전문가-이스라엘 공군 대령 출신으로 사상 첫 이스라엘인 우주비행사-유대인 대학살 생존자
로렐 클라크(41)생물학 실험 담당-미 해군 중령 출신의 내과 군의관
데이비드 브라운(46)생물학 실험 담당-미 해군 대령 출신의 외과 군의관
칼파나 차왈라(41)우주실험 전문가-인도 출신 첫 우주비행사로 우주공학자-97년 컬럼비아호 우주비행에서 로봇팔 작동 담당

▼귀환중 폭발은 사상 처음▼

1일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공중폭발 사고는 17년 전에 일어났던 제2호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악몽을 되새기게 해주었다.

이번 우주왕복선 공중폭발 사고는 1981년 4월 제1호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발사돼 첫 비행에 성공한 이래 미국 우주왕복선 사상 2번째 사고. 첫 사고는 86년 1월28일 일어난 챌린저호 폭발 참사였다.

챌린저호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쏘아 올려진 지 73초 후, 해발고도 약 1만4400m 상공에서 폭발했다. 폭발 후 2분45초 뒤에 시속 약 330㎞로 대서양에 추락했고 선장과 여자 교사, 일본계 비행사 등 승무원 7명은 전원 사망했다.

후일 발간된 미 항공우주국(NASA)의 보고서에 따르면 챌린저호 승무원 7명은 전원 좌석에 그대로 앉은 채 숨져 있었다. 승무원이 탑승한 우주왕복선의 앞 부분이 거의 손상을 받지 않은 채 발견됐기 때문에 사인 조사도 가능했다. 조사결과 해수면과 충돌할 때 받은 엄청난 충격이 직접 사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고체연료 보조로켓의 접합부 고무 링이 손상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발사 당일은 이상 저온으로 영하의 온도를 기록, 링의 기능이 저하될 우려가 사전에 제기된 바 있었다. 그러나 이런 지적이 무시됐고 그대로 발사됐다.

우주왕복선 비행이 시작된 지 25회 만에 발생한 챌린저호 참사 뒤 우주왕복선 비행은 무기한 중지되었으며 NASA는 대대적인 안전점검과 개수 작업에 착수했다.

우주왕복선 비행이 재개된 것은 챌린저호 참사 후 2년 8개월 만인 88년 9월, 디스커버리호가 발사되면서였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애틀랜티스號 발사 취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일 컬럼비아호 폭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우주 탐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우주 항공 전문가들은 미국의 우주 계획이 최장 수년간 중단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986년 1월 챌린저호가 폭발했을 당시에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우주왕복선 비행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32개월 동안 우주왕복선 비행이 중단됐었다. 당시 ‘O-링’이라는 고무 부품의 사소한 결함을 밝혀내기까지 오랜 원인 규명 과정이 따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폭발한 챌린저호를 대신할 엔데버호를 제작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제 NASA가 컬럼비아호를 대체할 새로운 우주왕복선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최고 책임자를 지냈던 도널드 에머로의 말을 빌려 전했다. 우주왕복선 기술이 오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남은 우주왕복선은 3대인데 가장 오래된 디스커버리호가 18년, 애틀랜티스호가 17년, 엔데버호가 10년이나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몇 년 전 차세대 우주선 프로그램이 추진됐지만 NASA는 막대한 비용 등을 이유로 10∼15년 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2일 전했다. NASA는 90년대 내내 새로운 우주선인 X-33을 2001년 발사하기 위해 작업해 왔으나 엔진 결함으로 취소한 바 있다.

3월1일로 예정된 애틀랜티스호 발사도 취소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애틀랜티스호에는 일본 우주인 노구치 소이치가 탑승할 예정이었다.

우주왕복선 발사 중단으로 현재 지구 궤도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 모듈 건설 작업과 운용이 타격을 받게 됐다.

우선 지난해 11월 320여㎞ 상공의 ISS로 올라간 미국인 2명, 러시아인 1명의 승무원이 3월 엔데버호를 통해 지구로 귀환하려는 계획이 불투명하게 됐다. ISS에는 3인승 러시아제 ‘소유즈’ 지구 귀환 캡슐을 갖추고 있지만 이들이 일단 귀환해버리면 ISS에 남아 있는 승무원이 없게 돼 어떻게 ISS를 운용해야 할지 애매하게 됐다. 미국 대신 러시아가 ISS로 승무원을 띄워 올려야 하지만 러시아는 현재도 우주항공 재원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그러나 론 디트모어 NASA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국장은 “당장 우리가 우주왕복선 비행을 재개하지 않더라도 현재 ISS 승무원 3명은 6월 하순까지 견딜 수 있는 충분한 소모품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3월 복귀계획은 다른 방법을 통해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마지막 교신▼

미국의 MSNBC는 1일 오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폭발 참사가 일어난 긴박했던 순간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했다.

▽오전 8시8분(이하 미 동부시간)=휴스턴 미국 항공우주국(NASA) 통제센터가 컬럼비아호에 지구로 귀환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 컬럼비아호 릭 허즈번드 선장은 “알았다. 지금 당장 돌아와도 좋다는 교신을 듣고 있다(copy)”고 답했다.

▽8시53분=첫번째 이상 징후 감지. 컬럼비아호 왼쪽 날개에 있는 온도감지기가 손상으로 작동중지.

▽8시56분=랜딩기어의 온도변화 자료의 신호중단. 곧이어 컬럼비아호에서 승무원들의 말소리로 보이는 소음이 잡혔다.

▽9시=“컬럼비아호, 여기는 휴스턴. 타이어 압력에 이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 교신은 들리지 않는다(not copy).”

“로저, 어, 버…(Roger, uh, buh…). 허즈번드는 말을 다 마치지 못했다. 짧은 소음과 함께 컬럼비아호의 모든 데이터 신호가 멈춰버렸다.

▽9시6분=텍사스주의 목격자들은 불꽃을 본 뒤 한참 뒤 귀가 먹을 정도의 큰 폭발음을 들었다.

▽9시16분=착륙예정 시간. 컬럼비아호가 귀환한다는 어떤 사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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