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전교조위원장 이수호교사 '서교장 자살' 교육계 반성계기

  • 입력 2003년 4월 13일 18시 57분


교단으로 돌아간 이수호 전 전교조위원장. 그는 “전교조의 최고 목표는 학생들을 어떻게 하면 잘 교육할 수 있는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대연기자
교단으로 돌아간 이수호 전 전교조위원장. 그는 “전교조의 최고 목표는 학생들을 어떻게 하면 잘 교육할 수 있는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대연기자
충남 예산군 보성초등학교 교장 자살 사건의 ‘후(後) 폭풍’이 여전하다. 학생들의 등교 거부가 계속되고, 교장단과 전교조의 갈등도 가라앉을 줄 모르고 있다. 전교조의 상징적 인물인 이수호(李秀浩·54) 전 전교조위원장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민감한 문제여서인지 그는 만나기를 주저했다. 더 이상 위원장도 아닌 데다, 개인적인 의견조차도 사회적 외피가 덧씌워져 그 진의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번 사건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10일 그의 새 직장인 서울 선린인터넷고교에서 그를 만났다.

스스로 교육운동 1세대라고 자부하는 그는 지난해 12월 31일로 제9대 전교조위원장 임기를 마치고 올해 1월1일 선린인터넷고 국어교사로 발령을 받았다.

“전교조 운동으로 1989년 신일고에서 해직된 지 14년 만에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오랜 공백 때문인지 수업방식이 변한 것은 물론 학생들의 의식이나 관심사도 많이 변한 듯해 당황할 때가 많습니다.”

그가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어떤 것일까.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보다 직설적이고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합니다. 예전처럼 에둘러 가면 만족스럽지 않다는 표정이 역력해요. 사례를 들더라도 매우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야 합니다.”

화제는 어쩔 수 없이 보성초등학교 사건으로 옮겨갔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을 뗀 그는 “서 교장이 자살보다는 문제를 공론화했으면, 교사들도 좀 힘들더라도 시간을 두고 문제를 제기했더라면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번 일은 학교사회의 제도와 관행이 현실에 맞게 변화하지 않은 과도기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교장, 교사, 전교조, 학부모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이번 사건이 서로가 자신을 돌아보고 서로를 이해하고 반성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일본 교과서 왜곡 바로잡기운동과 장애인 봉사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그는 “요즘엔 결혼식 주례 부탁까지 들어와 여전히 바쁘게 산다”면서 “무엇보다 전교조의 최고 목표는 학생들을 어떻게 하면 잘 교육할 수 있는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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