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의 저자는 채 선생의 사위인 김경태(金暻泰·82·사진)옹으로 2년 전 위암으로 숨진 부인 채숙인(蔡淑仁·당시 81세)씨가 투병생활 동안 아버지인 채 선생을 중심으로 남긴 회고 글을 엮었다.
‘세월은 가도 그들에게 영원한 빛을’이라는 제목의 회고록에는 채 선생의 독립운동 행적, 가족들이 겪은 고통과 함께 역경을 딛고 살아온 부인 채씨의 삶이 담겨져 있다.
김씨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애환과 그 뒤안길에서 고초를 겪으며 한 맺힌 삶을 살다 간 유족들을 위로하고자 회고록을 썼다”고 말했다.
채 선생은 3·1운동이 일어나자 중국 훈춘(琿春) 지역에서 의용군을 조직해 무장 항일운동을 전개했다. 중국 관헌과 일본 경찰에 잡혀 수년간의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동안 가족들이 겪은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고문을 받으면서도 남편의 소재를 끝내 말하지 않아 선생의 부인 박혜숙(朴惠淑)씨는 몸에 멍이 가실 날이 없었다.
남편이 수감된 후에는 형무소 근처로 방을 옮겨가며 채 선생의 뒷바라지를 위해 온 힘을 기울였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식 교육에 열성을 다했다.
회고록에는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뜬 후 홀로 가정을 꾸려가야 했던 저자의 부인 채씨가 행상 등을 하며 눈물겹게 생계를 이어나가는 모습도 생생히 묘사돼 있다.
김씨는 “독립운동을 직접 한 사람들만큼 유족들도 많은 고통을 받았지만 그들은 아무런 보상도 못 받고 세상을 떠났다”며 “국가나 독지가들의 도움을 받아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에 위령비라도 세워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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